살며 생각하며

이등병 아들에게

너른마당 김서중 2013. 1. 3. 08:35

 

 

이등병 아들에게


스물 두 해 동안 함께 살면서
집을 멀리 떠나본 적 없는
너를 군대에 보내고 한동안
허전한 마음 가눌 길 없었는데

5주의 신병교육 훈련을 마치는
수료식이 열린 연병장에서
집 떠난 지 딱 삼십팔일 만에
구릿빛 얼굴에 몰라보게 의젓해진
너의 심장 어디쯤 떨리는
아빠 엄마 손으로 이등병 계급장 달아줄 때
보름달같이 환하게 웃던 모습은
정말이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지.

아직은 달랑 작대기 하나의
맨 졸병(卒兵)
그러나 고된 신병교육을 잘 견디어낸
자신에 대한 뿌듯함이 꽃으로 피던
그날의 그 기쁨과 감격과 긍지
가슴속에 보석으로 품으면

작대기 개수야 철 따라 늘며
군인의 길 너끈히 달려갈 수 있으리
별보다도 더 빛나는 작대기 하나의
이등병 나의 아들아.

- 정연복 님, '이등병 아들에게' 중에서 -

행복하시고

기분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