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랭보에게 드리는 제사음식

너른마당 김서중 2013. 5. 14. 09:00

 

 

 

 

 

랭보에게 드리는 제사음식



시렁 위의 곶감은
얼마나 남았을까
사춘기를 거치면서 여러 나라 시인들이 쓴 시를 읽고
그들의 생애를 알게 됐다.
수많은 시인들이 후대가 없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언제부턴가, 명절날 차례를 지낼때면
그들이 문득 생각난다.
죽은 시인들이 한없이 가엾게 느껴졌다.
그 중에서도 아르튀르 랭보가 제일 불쌍했다.
그러던 어느해,
아버지 몰래 불어와 한자가 섞인 지방을 썼다.
그렇게 몇번 차례를 지내고 나서는
붓으로 정성드려 써보기도 했다.
그 랭보의 지방을 식구들 몰래
차례상 뒷다리 안 보이는 곳에 붙였다.
'랭보씨 음식 먹는 시간입니다. 어서 드십시오.'

- 김점선, '점선뎐' 중에서-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
사랑의 제일 마지막 단계입니다.
오래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행복하시고

멋진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