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재난상황 즉각 전송

2007. 3. 19. 10:01나의 취재수첩

휴대폰으로 재난상황 즉각 전송
미·일보다 앞서 국가위기관리 IT시스템 구축
  2007-03-13 09:17:25 입력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체계화되기 시작한 국가위기관리가 빠르게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위기관리 개념도 과거 군사 차원의 ‘전통적 안보’ 에서 정전 사이버테러 식중독 등 일상생활 속 다양한 위협으로부터의 국민보호라는 ‘포괄적 안보’ 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국정브리핑>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와 공동으로 시스템화 된 정부의 위기관리 대응 태세를 소개하고 상시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살펴보는 ‘국민 생활 속 국가위기관리’를 연중기획으로 마련했다. <편집자>

“나이아가라 폭포 위 양쪽 절벽에 줄을 매달아놓고 외발자전거를 타고 줄타기를 하면서 한 손에는 접시 3개를 돌리는 것과 같았다.”

2007년 제1차 부처 위기관리담당관 회의에서 특강 중인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지난 8일 국정원에서 열린 2007 제1차 부처위기관리담당관 회의 특강을 통해 영국 국립극장장을 지낸 한 연출가가 퇴임 후 국립극장장으로서 겪은 어려움을 얘기해달라고 하자 한 말이라면서 국민보호를 위해 일상적인 위기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의 역할이 바로 이와 같다고 설명했다.

높이 48m, 너비 900m에 이르는 폭포(캐나다 쪽에 위치한 호스슈폭포) 위에서 외줄을 타기도 버거운데 외발자전거를 타고 접시 3개를 돌린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부단한 수련과 절대적인 균형감각, 고도의 전략이 필요한 줄타기에 그치지 않고 수많은 관객(정책고객인 국민)을 위한 서비스로 눈요기 거리까지 제공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김 장관은 “문화부장관 취임 후 스크린쿼터 바다이야기 등 많은 위기가 있었으나 회피하지 않고 정면 대응해 극복해왔다”며 문화부 위기의 대표적 사례로 바다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바다이야기의 경우 정말 해일처럼 덮쳐와 문화부가 온통 비리의 온상처럼 비쳐졌다. 업자관리와 상품권 발행 등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며 “‘책임은 장관이 진다. 그러나 일단은 검찰수사와 감사원 조사결과를 기다리자’고 했다. 이후 상품권발행제도를 개선하고 게임물을 영상물과 별도로 심의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를 만들었다. 결국은 모든 사건이 잠잠해졌다. 언론의 반응도 실제로는 별 게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이어 “문화부에는 예술 문화산업 미디어 종교 관광 체육 등 다양한 업무가 있는 데 모두 위기관리 분야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미국에서 문화산업은 3대산업 중 하나다. 문화전쟁의 시대인 지금 나도 위기관리관”이라며 “재난 참사 화재만이 위기가 아니다. 일상적인 생활 속의 위기가 많다”고 지적했다.

문화전쟁의 시대엔 문화관광부 장관도 위기관리관

지난 8일 국정원에서 열린 2007년 제1차 부처위기관리담당관회의.

이날 부처위기관리담당관 회의에서는 일상속의 위기관리를 위해 정부가 도입한 대표적인 제도로 건설교통부가 지난해 5월부터 소속·산하기관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휴대폰 재난영상전송시스템(RDMS)’이 소개됐다.

‘휴대폰 재난영상전송시스템(RDMS: Realtime Disaster Management System)’이란 재난(사고)이나 그 징후를 목격한 현장 근무자나 국민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 #4949로 전송하면 담당공무원이 실시간으로 확인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재난관리시스템을 말한다.

건교부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지난해 7월 집중호우와 태풍 ‘에위니아’ 때는 현장의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처했다며 “당시 현장근무자와 일반 시민들이 피해상황 영상을 #4949로 297건이나 전송하여 재난관리에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이 시스템의 공유로 재난이나 사고는 물론 현장 확인이 필요한 행정업무나 하천불법 쓰레기 투기 등 각종 불법(위법)행위 신고에 활용해 행정력 부족으로 인한 행정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건교부가 개발한 RDMS는 현재 교육인적자원부, 행정자치부, 농림부, 소방방재청 등 48개 정부부처·산하기관이 공유하고 있다.

건교부가 운영 중인 휴대폰 재난영상전송시스템.

IT 강국의 위기관리 능력 보여준 ‘휴대폰 재난영상전송시스템’

건교부 위기관리담당관은 “이 시스템은 미국과 일본보다 앞선 IT강국 코리아의 재난관리시스템”이라며 “앞으로는 휴대폰 위치정보 기능을 구현하고 지리정보체계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국가위기관리가 주먹구구식이었던 과거의 위기관리 대응태세를 일목요연한 매뉴얼로 체계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건교부 사례처럼 시스템으로 수립된 매뉴얼을 국민들의 일상생활 속으로 뿌리내리도록 정착시키는 과제가 남아 있는 셈이다.

NSC 사무처는 이에 따라 올해 국가위기관리의 업무 추진방향을 △참여정부 출범 이후 구축해온 주요 위기관리 체계의 안정적 정착 △임기말/대통령 선거 국면의 긴장 이완에 따른 각종 위기 발생의 억제 △부처 위기관리담당관 업무수행의 체계화로 잡았다.

특히 이미 수립된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과 위기관리표준·위기대응실무매뉴얼 등의 관련문서를 현실성 있게 수정·보완하고 다양한 위기분야에 대한 포괄적 관리의 개념과 기준을 제시하는 국가 위기관리 기본법령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NSC 사무처는 2004년 7월 12일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제정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1271개 기관이 17개 위기유형과 관련된 모두 2339권의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2006년 12월까지 2339권 현장조치 행동매뉴얼 수립

지난 1월 26일에는 주요 국가기간 사업장이 불법파업이나 우발사고 등으로 마비될 가능성이 있으면 대체인력과 장비를 동원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마련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이 법은 오는 7월 말부터 발효된다.

NSC는 올 상반기 중 위기유형에 따라 전면 개정 또는 일부 수정할 예정인 위기관리 표문매뉴얼과 실무매뉴얼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반영해 변경된 유형별/부처별 현장대응 지휘체계를 보완하고 관련법규상의 용어와 개념을 일치시킬 방침이다.

올해는 상시적 위기관리 체계의 정착 원년


NSC 사무처가 올해를 상시적 위기관리 체계의 안정적 정착 원년으로 삼고 추진하는 훈련은 △안보분야의 비군사적 해상분쟁 등 8개 유형 △재난분야의 풍수해 지진 재난 등 9개 유형 △국가핵심기반분야의 원전안전 금융전산 전력 본건의료 등 10개 유형이다. 모두 27개 유형이 실시되는 통합연습에는 재난대응종합훈련 5개와 을지연습 12개(비공개 3개 포함), 부처별 계획 10개가 포함된다.

특히 소방방재청이 5월 14일부터 사흘간 실시하는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은 대규모 풍수해와 지진(지진해일), 방사능 누출사고 등 전국단위 재난에 대한 통합훈련으로 모두 370개 기관과 단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도상·현장 연습이다.

NSC 사무처는 이 외에도 안보와 핵심기반, 재난분야에 걸쳐 위기관리 활동과 매뉴얼 적용·실태 등을 현장 확인·점검하는 국가위기관리 실태 현장점검 기본계획을 세웠다. 모두 33개의 국가위기 유형 중 그동안 위기가 발생했거나 위기발생 개연성이 높은 20개 유형을 선정해 현장점검하는 이 계획에는 △안보분야 중 방사능테러 독도우발사태 사이버안전 등 7개 △핵심기반 중 원전안전 금융전산 보건의료 등 6개 △재난분야 중 산불 철도사고 풍수해 등 7개가 포함됐다.

■ 정전 위기관리 매뉴얼 활용 어디까지 왔나

국민들의 일상 생활 속 위기관리의 대표적 사례가 정전이다. 특히 지난해 3월 대도시인 부산 서면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으로 주민들이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는 수요급증이나 재해·재난에 따른 정전이 아닌 ‘전력계통 고장에 의한 전력공급 중단’도 ‘재난’으로 널리 인식되기 시작했다.

전력분야 위기관리 매뉴얼은 이미 2005년 11월 수립됐으나 부산 서면에서 발생한 정전사고 때까지만 해도 매뉴얼에 따라 사고에 대처하는 것과 실제 사고발생시의 보고·처리 과정은 대응훈련 부족으로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수차례의 모의 복구 훈련이 진행된 후인 지난해 11월 부산 수영변전소 정전 때는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에 따른 신속한 보고와 대처가 이뤄져 35분만에 완전복구되는 성과를 낳았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수립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뉴얼이 실제 상황에 완전히 장착돼 성과로 나타나기까지는 부단한 훈련과 노력이 필요함을 입증한 사례다. 부산 서면과 수영변전소에 발생한 정전사고의 처리과정을 차례로 살펴보자.

#1. 위기대응 실무매뉴얼 정착 이전 정전사례

2006년 3월 10일 부산 서면에서 발생한 정전사고(사진)는 전력설비 고장으로 인한 정전도 재난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 계기가 됐다.
2006년 3월 10일 밤 7시 15분 부산시 부산진구 내 범일동과 범천동 부전동 일대가 정전으로 암흑 천지로 변했다. 2만385가구 주민들이 가정 내 전등과 전열기구는 물론, 가로등과 신호등까지 모두 꺼진 칠흑 같은 암흑 속에서 70분간 공포와 추위를 경험했다. 특히 주상복합건물인 부전동 ‘네오스포’에서는 정전과 동시에 운행 중인 엘리베이터가 멈춰 주민 15명이 승강기에 40여분간 갇히기도 했다.

이날 사고는 부산 서면에 위치한 한전변전소 내에서 전기공급장치인 가스절연개폐기(GIS)의 내부 부품인 스페이서(spacer: 화학물질로 만든 절연체)의 절연성능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합선현상이 발생해 변전소에서 공급하는 21개 배전선로(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각 지역의 변전소로 공급되면 변전소로부터 일반 가구로 전기를 공급해주는 선로)가 정전됐기 때문에 발생했다.

※ 가스절연개폐기란 전력설비 고장시 고장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으로 고장구간을 차단하는 장치로서 내부에 불활성가스(SF6: 불이 붙지 않는 가스)를 5Kg/㎠으로 충전해 절연능력을 확보하는 장치를 말한다.

산업자원부는 “이날 사고는 가스절연개폐기에 대한 점검주기 3년보다 엄격하게 매년 정기점검을 실시했으나 기기 내부 관로에 있는 부분까지는 측정하지 못해 스페이서의 절연능력이 떨어진 것을 감지하지 못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부품인 스페이서의 경우 GLS 내부에 설치돼 있으며 GIS 내부는 불활성가스(SF6)를 5Kg/㎠으로 충전하고 외관을 밀봉한 관계로 완전 분해 후 검사하지 않고는 사전진단이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사고는 위기관리 실무매뉴얼 상 대규모 전력고장 상황 중 ‘심각’ 단계에 해당돼 실무기관이 산자부에 위기사항을 보고했어야 하나 관계자들이 송전작업에만 치중하면서 보고를 지연시켜 정부 차원의 종합대응이 늦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2. 위기대응 실무매뉴얼 정착 후 정전시간 단축사례

2006년 11월 24일 오후 4시 21분 부산 수영변전소 설비고장으로 부산시 수영구와 남구 일원의 5만8477가구가 정전됐다. 이날 사고는 변전소 154KV(15만4000볼트) 모선에 가스절연개폐장치를 설치하는 중 기기내부에서 합선현상이 발생해 배전용전압기 3대와 22개 배전선로가 일시 정전되면서 발생했다.

한전은 즉시 설비고장으로 정전가구 5만8477호가 발생했다고 산자부에 보고했다. 산자부는 매뉴얼에 따라 NSC 사무처에 보고하고 한전에는 긴급복구를 지시했다.

오후 4시 34분 한전은 부산지사와 동래지점에 배전선로의 부하전환(한 신호 링크에서 다른 신호 링크로의 신호 트래픽 전환)을 요청했다.

오후 4시 37분 2개 배전선로에 대한 부하전환이 완료돼 9750가구에 대한 송전이 이뤄졌다.

오후 4시 50분 정전이 발생한 변압기의 154KV 모선을 고장이 발생하지 않은 다른 모선으로 바꾸어 공급을 시작했다.

오후 4시 51분 변압기 1대를 가압해 5개 배전선로를 공급, 추가로 7665가구에 대한 송전이 이뤄졌다.

오후 4시 55분 변압기 1대를 가압하고 6개 배전선로를 공급해 추가로 1만9525가구에 대한 송전이 이뤄졌다.

오후 4시 56분 변압기 1대를 가압하고 9개 배전선로에 대한 전기공급으로 2만1537가구에 대한 송전이 이뤄지면서 35분만에 정전사고가 완전복구됐다.

한전은 이에 앞서 배전선로에 의한 가상사고에 대비해 위기대응매뉴얼에 따른 모의복구훈련을 실시해 훈련 이전보다 복구능력이 약 4배 정도 향상됐다고 밝혔다. 훈련이 안됐을 경우에는 정전사고의 완전복구까지는 약 2시간 이상이 소요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전 안전재난관리팀 관계자는 “지금은 매뉴얼에 따라 보고와 동시에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며 “보고가 안되면 자체 복구에 시간이 걸렸을 때 대처할 방법이 없으나 산자부와 NSC 등 상부기관으로 보고가 이뤄진 후에는 인근 전력설비도 이용할 수 있어 복구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보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7-03-13 10:02:36 수정 김서중 기자(ipc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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