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동 현충원에서

2009. 6. 26. 09:20살며 생각하며...

 

 

 

동작동 현충원에서


동작 능선으로 둘러싸인 넓은 평지에
수만 기의 묘비석들
연병장 병사들처럼 도열해 있고
계급과 이름을 밝힌
이십대 초반의 젊은이들
피지 못한 꽃봉우리로 꺾이운 채
누워 있다

어느 가정의 외아들인가
어느 가난한 집안의 장손인가
학생인지 노동자인지 회사원인지
알 수 없지만
그리던 꿈과 설레던 미래를 미련 없이 접고
지금은 말이 없다

고지를 사수하고 적지를 탈환하는
백병전에선지
포위 속에서 혹은 추격하는 총격전에선지
알 수 없지만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선뜻 버리고
지금 여기 잠들어 있다

- 박수민 님, '동작동 현충원에서' -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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