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드

2013. 3. 12. 08:43살며 생각하며...

 

 

 

 

바코드



간단한 자기 소개서와 이력을 제출하라 한다
A4용지 한 장의 분량으로 쓰라 하니
웃음이 나온다
마흔 해의 이력을
A4용지 한 장에 어떻게 다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초등학교 졸업이 언제였더라 손가락으로 꼽다가
책상 한 쪽 구석에서 물끄러미 나를 보고 있는
먹다만 새우깡 겉봉에 찍힌 바코드를 본다
저 굵고 가느다란 세로 줄에 기록 된 것은
새우의 함량이라든가 출고 일자 혹은
숫자로 드러나는 가격에 불과할 뿐
비닐봉지 안에 갇힌
공기의 질량이나 내게 오기까지의 경로를
기록할 수 없다

- 허영숙, 시 '바코드' 중에서 -


수십 년의 생을 이력서 한 장에 쓰라합니다.
몇 줄 이력이 나를 다 말해줄 수 없는데도
그 몇 줄로 사람을 평가하고 당락을 가릅니다.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일,
나를 알리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까 고심하는 때가 있을 겁니다.
성실성에 특유의 개성을 발휘할 나만의 무엇인가가 필요한 세상입니다.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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