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식목일
2014. 4. 4. 09:05ㆍ살며 생각하며...
부끄러운 식목일
집 앞에 나갔다가 놀랐습니다.
작은 장미며 이름 모를 화초와 상추와 고추모종을
누군가 화단에 심어놓은 것이었습니다.
누구인지 짐작이 갔습니다.
그렇다고 그 밤에 찾아가 인사할 수도 없었습니다.
'얼굴엔 매일 화장하면서 네 집 앞은 그리 삭막하게 둬도 되느냐.'
나무라는 듯 했습니다.
한때 나무도 심고 화초도 길렀습니다.
화분도 내다놓았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나가보면 화초는 목이 달아나있었고
화분은 온 데 간 데 없었습니다.
대신 담배공초와 쓰레기가 대신 뒹굴었습니다.
꽃을 보긴 글렀으니 나무나 보자고 화초는 기르지 않았습니다.
청소나 하고, 가끔 물주는 것으로 제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분께 감사하다고 말하며 돌아서는데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예쁜 꽃에 설마 담배공초를 던지겠어요.'
그분의 말씀은,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 그 지역 일대가 무법천지로 변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에도 적용되는 일이었습니다.
- 최선옥 시인
행복하시고
즐거운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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