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2015. 4. 17. 09:21살며 생각하며...

 

 

 

외출


"살짝만 웃어보세요 어르신."
일제히 조명이 켜지고, "하나, 둘, 셋."
신호와 동시에 몇 동이 빛이 쏟아졌다.
주름진 얼굴이 움찔, 굳어지고
처음 해보는 주연에 분 바르고 외출한 늙은 배우는
진땀을 흘렸다.
"좀 웃으시라니까요. 장수사진에요 할머니."
무료출사를 나온 남자가 행복하게 웃으라고 보채자
노인은 어정쩡하게 웃었다.
몇 번의 NG 끝에 촬영을 마쳤다.

'무료 영정사진을 찍어드립니다.'
주민센터 게시판에 안내문이 붙여졌다.
호기심에 슬쩍 들여다본 그곳,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할머니들이 모여앉아 있었다.
모처럼 모양내고 나온 나들이.
저 멀리 허름한 낮달이 영정처럼 침침하게 내걸렸다.


- 최선옥 시인

 

 

행복하시고

멋진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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