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행 열차

2018. 1. 18. 10:25살며 생각하며...




완행 열차

내가 몰고 가는 것도 아닌데
기차는 나를 데리고 남쪽으로 달린다

긴 밤을 달리고
아침을 달린다
논 밭이 멀리 스쳐가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바람과 눈 비에 시달린 것들이
달리는 기차 안을 바라보고 있다.

나도 차창 밖으로 나가 전봇대처럼
내 모습을 들여다 본다

내 것처럼 보이나 내 것이 아닌데
내 것이라고 하고
내 것에 내 것을 더하려는 것은
헛된 생각을 쫓고 있는 것이다

이웃과 함께 타고 가야
나도 같이 타고 갈 수 있는 것인데

내 것에 내 것을 더 하려고 초조해 하다
함께 타고 갈 수 있는 기차도 놓치고 만다


- 송성헌 님


행복하시고

고운 목요일날 되세요.


'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엄 있다는 것  (0) 2018.01.22
그대로 묵묵히  (0) 2018.01.19
식빵의 체온  (0) 2018.01.17
100번째 내가 반송되었다  (0) 2018.01.16
약속과 신뢰  (0) 2018.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