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

2018. 4. 11. 10:33살며 생각하며...



무화과나무

쭉 뻗은 몸과 하얗게 분칠한 얼굴은 최초의 언어를 잃었다. 오늘 무화과나무를
순장하고 왔다. 제 몸으로 둥근 무덤을 만드는 무화과의 표정은 언제나 다발성
슬픔이다. 너도나도 죽은 이들 앞에서 어금니를 물며 마지막으로 따뜻했던 입을
쓰다듬어 주었다. 온갖 사후(死後)를 가진 지구는 과거와 현재에서 복잡했지만
이내 간결해진다.

- 안은주, 시 '무화과나무-1996~2016'


꽃이 없다고 무화과인가요,
꽃이 보이지 않는다고 무화과인가요.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꽃, 미처 보지 못한
꽃이 분명 있지요.

1996년에서 2016년까지.
스무 해의 짧은 인연이었나 봅니다.
미처 꽃을 피우지 못한 안타까움.
복잡했지만 간결해진 일생.
잠시 숙연해졌지만,
그래도 우리는 화사하게 봄을 피워내야겠습니다.
꼭 그래야겠습니다.


행복하시고

고운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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