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

2007. 8. 2. 09:15살며 생각하며...

 

상추

땅 디딘 텃밭에 상추 모종 심었다.
물 조리 칠 홉 남짓 담아 자작자작 덮는다.
잠 덜 깬 어지러움으로
오줌 지린 달 이슬에 흙을 소반으로 먹고
꼬지락 꼬지락 실 할 때까지 견뎌야 한다.
여러 날 삶는 한 낮은
묵념으로 고개 떨궈야 한다.
유월 낮이 길어지면 꽃대를 올려야 한다.
어쩌다 비 사나흘 내리고
시원한 바람에는 청치마를 펼쳐야 한다.
해 떨군 늦은 저녁
솎은 상추 물에 씻어 보리밥에 쌈장 발라
어매랑 먹어야지.

- 윤창현님, ‘상추’ -

청치마 활짝 펼친 상추를 솎아서 그 넓은 잎에
밥 한 수저 얹고 쌈장 얹어 한 입에 넣으면
볼이 터질 것 같은 행복입니다.
더위도 저만큼 물러앉습니다.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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