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여행
2008. 6. 26. 09:07ㆍ살며 생각하며...
홀로 여행
큰아이의 수학여행으로 덤으로 얻은 이틀.
친구의 심한 감기몸살로 희미해진 동행대신
두려움과 설렘 속에 큰 마음먹고 홀로 길을 나섰습니다.
혼자 떠난 부담인지 근육은 완전무장 상태였고
이정표와 미리 적어온 메모지를
눈에 핏발이 서도록 뚫어져라 보며 운전하느라
스쳐지나가는 풍경은 시야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평온한 풍경을 그리며 다가간 바다는 첫인사 대신
모진 바람과 모래로 따귀를 때리며 소리치더군요.
무엇을 버리려 왔느냐고,
무엇을 얻으려 여기까지 왔느냐고,
이젠 자정(自淨)능력을 키워 해결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그러나 다음날 다시 바다를 찾았을 땐
어제와는 판이하게 속살을 다 드러내놓고 반겨주며
비우고 비워서 더 이상 비울 것이 없을 때
그때 바다인 자신을 담아가라고,
그리고 네 가슴속 바다를 바라보라고,
바다는 속삭이며 내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하얀 조가비와 수많은 모래알과 많은 생명을 품은 바다.
그 바다를 품고 돌아오는 길은
'내안에 수많은 생명을 품은 바다가 있다'고 외치고 싶도록
발걸음 가뿐했습니다.
- 산들바람 님, '홀로 여행'에서 -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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