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의 아빠와 딸

2008. 11. 6. 08:40살며 생각하며...

 

 

가을 속의 아빠와 딸


모처럼 아무런 일정이 없는 일요일,
아이와 놀아주라는 아내의 성화에
아이를 자전거 뒤에 태우고 가는 길은 참으로 싱그러웠다.
물들어 가는 나뭇잎들과 나긋나긋한 햇살,
적당한 바람에 딸아이는 계속 노래를 불렀다.
등에 땀이 나기 시작했지만 혹시라도 딸아이가 잠들까봐
계속 말을 시켜가면서 아픈 다리로 페달을 밟았다.

한참을 갔을까?
딸아이가 자전거를 세우란다.
'아빠, 나뭇잎에서 소리가 난다.'

낙엽을 자전거가 밟고 지날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올해 들어 처음 낙엽을 보았다.
그것도 딸아이 덕분에.
아, 내가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가 보다.

낙엽을 되밟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딸아이는 뒤에서 계속해서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다섯 살배기 내 딸아이가 채워주는 행복감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 이철혁 님, '가을낙엽'에서 -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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