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죽음
2008. 11. 7. 09:05ㆍ살며 생각하며...
할머니의 죽음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가족들이 모였다.
사람들은 모두 호상이라고 말했고 우리들도 수긍했다.
할머니의 사진 앞에 놓인 국화더미들을 보면서
살아서 당신이 이렇게 꽃에 싸여 주인공이 됐던 날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가 입을 열었다.
'엄마가 할머니의 죽음을 알기 전에,
나는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었어.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이야기였는데, 아이들은
고통의 시간을 거쳐서 날아가는 아름다운 나비를
경의에 찬 눈빛으로 환영했어.
그 때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지.
할머니는 행복하실 거야.'
한 生이 왔다가 다시 돌아간다.
그 삶이 고통이라고 느껴져서 애처로웠든 그렇지 않든
그것은 단지 우리의 생각일 뿐이다.
할머니의 삶이 남긴 것이 나비가 되는
아름다움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할머니의 앙상하지만 따듯하고 강했던 손이 떠오른다.
어쩌면 당신의 손이 필요했던 것은
당신자신보다 나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박성실님의 '할머니의 죽음' 중에서 -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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