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장수의 백상루 구경

2009. 1. 13. 09:11살며 생각하며...

 

 

소금장수의 백상루 구경


안주(安州) 백상루(百祥樓)는 빼어난 풍경을 지닌
관서 지방의 누각이다.

어떤 소금장수가 이 누각을 지나게 되었다.
때는 겨울철로 아침 해가 아직 떠오르기 전이었다.
소금장수는 누각 아래 말을 세워 놓고
백상루에 올라서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그저 보이는 것이라곤 긴 강에 깔린
얼음장과 넓은 들을 뒤덮은 눈뿐이었다.
구슬픈 바람은 휘휘 몰아치고,
찬 기운은 뼈를 에일 듯 오싹해서 잠시도 머물 수 없었다.
그러자 상인은 "도대체 누가 백상루가 아름답다 했는가?"라고
탄식하며 서둘러 짐을 꾸려서 자리를 떴다.

- 권득기(權得己 1570~1622)가 쓴 만회집(晩悔集)에 실린
《염상유백상루설(鹽商遊百祥樓說)》중에서 -


초록잎들이 돋아나고 꽃이 피는 철에 소금장수가 찾아왔더라면
다른 이들처럼 백상루 경치를 찬양했을 것이다.
무엇이든 365일 다 좋기는 힘들다.

멋진 평판을 가진 경치나, 음식, 사람들이
정작 내게는 실망을 주는 일이 종종 있다.
혹 내가 그들을 알맞지 않은 때에 만나서 일지도 모른다.
조금 너그러이 생각해 한번 더 기회를 주어보면 어떨까.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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