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지폐
2009. 1. 29. 09:07ㆍ살며 생각하며...
낡은 지폐
우리는 종이에서 태어나
젊을 때는 어두운 곳에서 안면몰수하고
사과상자에 트렁크에 실려 다니다가
늙고 초라해져서야 사람 사는 데로 내려와
제각각 무엇이 된다
하루 일 끝내고 지하셋방으로 돌아가는
지친 아저씨의 품에 꼬깃꼬깃 접혀 있다가
그의 손에 들린 따뜻한 붕어빵도 되고
열무 몇 단 시장에 벌여 놓고
주름살 깊어 가는 시골 할아버지의
걸쭉한 막걸리도 되고
우리 중에 더러는
그 가난한 이들의 주머니에서 나와
시들어 가는 아이를 보듬고 한숨짓는
어머니의 손에 눈물로 쥐어져
수술실에서 다시 소생하는 생명이 된다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