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프지 않게 안아 주소서
글/ 이 문 주
내린 비로 나 아프지 않게 하소서
여린 마음 다치기는 싫습니다
당신이 뿌린 사랑으로
다시 태어나는 나의 삶
고운 새싹으로 자라 날 수 있게
부드럽게 대해 주소서
살며시 당신이 내리고
따사로운 햇살이
내 몸을 감싸 안으면
나는 당신이 좋아할 사랑이 되겠습니다
신음소리 멈춘 밤
빛을 내는 가로등 불빛아래
웅크리고 숨 쉬던 날
당신이 날 찾아 주셨기에
숱한 날 스치는 바람으로
소리 내던 울음은 그치고 싶습니다
푸른 빛 잃은 채
겨울을 서성이든 내 모습이
조금은 처량하고 애달퍼 보이지만
내가 받은 만큼 돌려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은 남아 있답니다
다시는 누군가에게
돌아서는 뒷 모습은 보이기 싫어
그림자 없는 밤을 좋아했지만
당신이 오셨기에
당신위한 꽃 한 송이 피우고 싶어
밝은 세상으로 나아갈까 합니다
세월이 훔쳐간 시간에서
짖밟혀 부서진 낙엽으로 살았기에
이제는 누군가에게
끌려 다닐 인생은 살지 않겠습니다
흔적만 있고 추억은 없는
그런 삶은 싫습니다
비 바람에 엉기고 성기더라도
가지마다 뿌리내리는 덩쿨풀로 살아
한 겨울에도 떨어지지 않는
안아주는 사랑이 되고 싶습니다
세상 어느 곳에 뿌리 내려도
나의 삶은 변하지 않겠지만
스치고 지나가면 흔적 없는 바람처럼
가슴에 담아 둘 추억 없는
당신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얼어 있는 나의 삶을
녹여 줄 수 있는 비로 오신 당신
새로운 삶을 살아 보렵니다
아프지 않게 안아 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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