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름돌

2007. 11. 7. 08:52살며 생각하며

 

누름돌

어쩌다 강가에 나갈 때면 어머니는
모나지 않은 고운 돌을 골라 정성껏 씻어 오셨다

김치의 숨을 죽여 맛을 우려낼 누름돌이다
산밭에서 돌아와 늦은 저녁 보리쌀을 갈아낼 확돌이다

밤낮 없는 어머니 손 때가 묻어 반질반질한
돌멩이들이 어두운 부엌에서 반짝였다

그런 누름돌 한 개 있어 오늘 같은 날
마음 꾹꾹 눌러 놓으면 좋으련만
난 여직 그런 누름돌 하나 갖질 못했구나.

- 김인호 시인 '누름돌' -

스쳐가는 말 한마디에도 상처받아 일어서는
마음을 추스르기 어려운 날은
송곳 같은 감정의 한편을 지그시 눌러 줄
어머니의 누름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희생과 양보로 눌러 곰삭은 깊은 맛을 내는
누름돌 하나
그대는 품고 계시는지요.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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