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서 비매품도 파네”

옥션, G마켓 등 ‘오픈마켓’을 통해 고객 사은품이나 회사 판촉용 등 비매품이 다량 유통돼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새내기 주부 S씨(30)는 최근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옥션에서 E사의 유명 화장품을 구매했다.

구매가는 1만2000원. S씨는 유통비 등 중간 마진이 없는 오픈마켓 특성상 시중가의 절반 가격에 구입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떴다.

그러나 4일 뒤 배송된 화장품을 확인하자 어처구니가 없었다. 정품인 줄 알고 샀던 화장품에 모 여성잡지 ‘재창간호 선물’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던 것.

S씨는 판매자인 B씨(여)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물건만 괜찮으면 됐지 무슨 상관이냐. 대신 싸게 샀지 않았느냐”며 되레 면박만 주더라는 것이다.

B씨는 한술 더 떠 “이미 100개 이상 판매됐고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고 S씨는 설명했다.

O씨는 지난달 초 G마켓에서 B사의 모발모호제 트리트먼트(200㎖) 제품을 3400원에 구입했지만 배송된 물품은 ‘비매품’ 문구가 적힌 판촉용이었다.

O씨는 “판매업체에 환불을 요구했더니 반품 배송비 2500원을 부담해야 가능하다고 했다”며 “상품정보에 비매품이라는 사실은 전혀 고지하지 않은 만큼 명백한 사기”라고 분개했다.

전문 사이트들의 샘플 화장품 판매는 이미 업계 골칫거리로 알려졌지만 오픈마켓상 비매품 유통은 허술한 단속 탓에 최근 다량화, 노골화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17일 “관련 소비자 피해신고는 손꼽을 정도만 접수되다 보니 오픈마켓의 비매품 유통과정이나 거래량, 매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라며 “그러나 이 같은 행위가 유통질서를 문란시키는 만큼 행정당국이 강력한 단속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옥션 관계자는 “등록된 판매물품과 물품 내용은 개별 판매자가 등록한 것으로 옥션은 중개시스템만 제공하고 있을 뿐”이라며 “모든 물품의 진위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E사 관계자는 “업체들이 판촉 목적으로 주문한 비매품이 오픈마켓에서 다량 유통되는 사실은 몰랐다”며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유통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법원이 개별 회원의 ‘짝퉁’ 판매를 방치한 오픈마켓 운영업체에도 책임이 있는지를 두고 엇갈린 판단을 내리는 등 오픈마켓 운영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파이낸셜 뉴스 2009-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