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같은 동화책 꾸러미

2010. 5. 6. 16:23살며 생각하며...

 

 

 

단비같은 동화책 꾸러미


어린 시절 가난했던 가정형편 탓에
어머니는 눈물이 마른 적이 없었습니다.
약하고 병치레가 많았던 저는
늘 방에 들어앉아 있어야 했죠.
몸집이 점점 앙상하게 말라갔던 저를
부모님은 안쓰러워하셨습니다.
장사를 하시던 어머니는 단골손님에게
어느날 우연히 딸걱정하는 말을 하셨답니다.

그 손님은 독일로 교환 교수를 가게 되었는데
집에 있는 동화책을 주시겠다고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 가셨답니다.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일주일이 지나
그 분이 보내 온 동화책 꾸러미가 도착했습니다.
300권이 조금 넘었습니다.
저는 그 날 이후 동화책 속에 푹 빠져 살게 되면서
서서히 몸도 회복되고 무엇보다도 표정이 밝아졌습니다.
책 속에 들어 있던 따뜻한 이야기들 덕분에
병에 걸린 것도 모를 정도로 하루 하루를 즐겁게 보냈습니다.
그래서 그랬을까요? 지금도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만약 그 분이 가난한 저희 집에 동화책을 선물로 주지 않았다면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느 날 제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그 때 읽었던 많은 얘기가 떠올랐고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도 가끔 말벗이 되어 주었던
그 교양있던 부인을 잊지 못하고 계십니다.
이 세상이 험하다고 말해도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이순선 님의 글 '단비같은 동화책 꾸러미' -

 

 

행복하시고

좋은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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