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외면하는 것들

2011. 4. 15. 08:53살며 생각하며...

 

 

 

 

우리가 외면하는 것들


물건을 팔려는 이들과 도와달라고 외치는 이들로
전철은 오늘도 북새통이다.
매번 같은 시간에 나타나는 이들.
피곤하기도 하고 순번으로 지나가는 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도 없다고 아예 눈을 감아버린다.
그러나 감은 눈 속으로 또렷이 들어오는 얼굴들이 있다.
선물로 받은 사진집 속,
고무옷으로 하반신을 감싼 이가 길바닥을 달팽이처럼 쓸고 갈 때
옆을 스치는 이들의 무표정한 얼굴들이다.

최민식 사진작가의 사진집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에는
우리들의 지나온 삶이 있다.
거리의 사람들, 까만 눈망울의 때 절은 아이들,
주름 깊은 노인의 모습 등에서 까맣게 잊고 지내던 낯익음을 본다.
그러나 그것은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모습인지도 모른다.

"소외된 우리 이웃에게 여러분의 온정을 주십시오."
지하도 한쪽 벽에 선 젊은이들의 외침에 어정쩡하게 몸을 돌려
출구로 향하며 생각한다.
'사진집의 무표정한 얼굴들과 내가 무엇이 다른가.'



향기작가 최선옥

 

 

행복하시고

즐거운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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