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

2014. 12. 30. 08:35살며 생각하며...

 

 

 

 

단추



교복단추가 떨어졌다.
실과 바늘을 챙긴 어머니, 급한 대로 등굣길의 나를 세워놓고
서둘러 단추를 달았다.
혹여 바늘이 목에 상처를 낼까 고개를 젖혔지만,
어머니는 능숙하게 매듭을 짓고 입으로 실을 끊었다.
그때, 훅 풍겨오던 엄마냄새는 어느 향수보다도 좋았다.
어디로든 뛰쳐나가고만 싶었던 사춘기처럼,
단추는 내 몸을 빌려 제 가고 싶었던 곳으로 떠나고 싶었을까.
그러나 나는 어머니 반경 안에 있어 늘 그 곳에 달려 있어야만했다.
어머니가 달아주신 그 단추처럼.

마냥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어머니는 두해 전 영영 떠나셨다.
어머니가 남긴 실마리는 애틋해서,
허전한 자리를 그리움이듯 매만지곤 한다.

"너무 조이지도 말고, 너무 느슨하지도 마라"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떤 단추일까.

- 최장순, 수필 '단추' 중에서 -


언제 떨어졌는지도 모르게 떨어져나간 단추.
단추가 매달렸던 자리엔 실마리만 남아 허전합니다.
당연히 그 자리에 있어야하는 듯 잊고 지내다가
잃어버린 뒤에야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부모가 나를 여며준 단추였듯, 나도 자식들을 위한 단추.
그러고 보니, 나를 여며준 수많은 단추들을 여태 잊고 살았습니다.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