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개의 귀
2015. 5. 15. 08:51ㆍ살며 생각하며...
만 개의 귀
"저리 많은 귀고리가 달랑거리다니,
저 나무는 필시 귀가 만 개 일거야."
나는 나무에게 귀고리나무라고 불러주었습니다.
그러나 본래의 이름은 '때죽나무'.
꽃은 쪽동백 흡사하지만 하얀 귀고리 모양으로 구별합니다.
오종종한 꽃들이 모두 아래를 향해있습니다.
품에 있을 때가 좋은 줄 모르고
새로운 호기심을 찾고 있을 겁니다.
하얀 꽃그늘에 들어 나무를 슬쩍 흔들어봅니다.
허공을 선회하는 아찔한 소리까지 듣는지
수많은 귀들이 예민합니다.
향기가 내 마른 귀를 촉촉하게 적시고
'달콤한 말만 내뱉지 마라. 귀는 열고 입은 닫아라.'
말씀을 떼로 내려 보냅니다.
그동안 귀는 닫고 자주 입을 열었습니다.
닫은 귀를 열면, 벽과 벽에 갇힌 마음까지 다 들을 수 있을까요.
무심코 내뱉은 나의 말들이 어느 가슴에 독이 되지는 않았을까요.
엄마의 치마폭에 매달리듯 나무기둥을 잡은 채
평소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을 소곤거립니다.
"달콤한 말에만 귀 기울이지 말거라.
어둑한 말까지 다 들어야 하는 거다."
*요즘 때죽꽃이 한창입니다.
때죽나무 만 개의 귀처럼, 새겨들어야할 것들을 생각해봅니다.
- 최선옥 시인
행복하시고
즐거운 주말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