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바구미처럼 가볍게
2017. 9. 19. 09:43ㆍ살며 생각하며...
문득, 바구미처럼 가볍게
쌀을 씻는데 바구미가 까맣게 뜬다 한사코 구석으로 몰리는 먼지 같다 보자기를 펼치는 것처럼
확 떼로 펼쳐지는 바구미 바구미가 뜬 구석이 생생하다 바구미가 뜨면 공중이 자라는 것 같다
자라난 공중 끝에 서 한없이 작은 바구미가 뜬다 불쑥 없던 것이 뜬다 당신이 바구미처럼 뜬다
당신이 가볍게 복원된다 당신을 떠올리는 어느 날 바구미가 뜬다 마른 꽃에 남은 바싹바싹 햇살
처럼 뜨고 귓속을 지나 목구멍을 지나 혈류를 타고 심장까지 닿는 이명처럼 뜬다 먹다 만 흰죽
에 도는 웃물처럼 바구미가 뜬다
뜬다는 것보다 더 분명한 기척이 있을까 사무치게 떠올리지 않아도 당신이 뜬다 바구미가 까맣
게 뜬다
- 홍경나, 시 '바구미'
행복하시고
즐거운 화요일 되세요.
'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집에 가요 (1) | 2017.09.21 |
---|---|
저장된 전화번호를 누르며 (0) | 2017.09.20 |
일등의 기준 (0) | 2017.09.18 |
그림자를 말하다 (0) | 2017.09.15 |
타이밍 (0) | 2017.09.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