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당신을 소환합니다

2017. 11. 17. 11:25살며 생각하며...




젊은 날의 당신을 소환합니다


자주 열지 않는 서랍에서 사용한 지 오래된
아내의 입을 발견했다 눈물을 말려 접은
아흔아홉 마리 학의 날개가 이따금 퍼덕거렸다

건기와 우기의 몸으로 낮에는
시든 발목에 물을 주고 밤에는 구름을 꺼냈다
새가 날아들지 않은 날은 이리저리 어깨를 옮겼다

부리 없는 새를 손에 쥔 아내의 오른쪽은 나비의 봄
왼쪽 풍경에서는 깃털과 함께 죽은 새가 떨어졌다
창밖에서는 흰 눈이 함박 웃으며 잿빛 어둠을 뿌렸다

어느 날은 아내가 흘린 여자와 술을 마시고
어느 날은 버려진 아내를 볕에 말려 속주머니에 넣었다
충분히 존재하지만 늘 부족한 아내와 시간은 닮았다

아내 눈빛을 오래 밟으면 깊은 강에 가 닿는다
거기서 익사한 적 있다는 아내
그럼 당신은 누구지? 나는 묻지 않았다

- 이정란, 시 '면도' 부분


젊은 날의 당신을 소환합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당신.
여자를 잃고 오로지 아내로만 존재하는, 나비의 봄은 멀어진 당신,
사용한 지 오래된 립스틱이 서랍에서 굴러다니는데
그래도, 당신은 소중한 내 아내 맞지요?
그러나 여전히 옛날의 예쁜 당신도 그리운 것을.


행복하시고

좋은 주말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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