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국 '2002년 대선비화' 공개>

2005. 11. 7. 12:56나의 취재수첩

<김흥국 '2002년 대선비화' 공개>
  2005-11-05 10:36:17 입력
"계룡산 도인, 무조건 정도령이 된다"
  
   가수 김흥국씨가 2002년 대선과정에서 자신이 목격한 '뒷얘기'를 공개하고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선 당시 '국민통합 21' 정몽준(鄭夢準) 후보 진영에서 활약했던 김씨는 최근 발간한 '김흥국의 우끼는 어록'이란 책에서 정 의원의 대선출마 과정과 후보단일화 철회 파동에 얽힌 에피소드를 특유의 솔직담백한 어조로 풀어냈다.

   그는 우선 자신의 정치입문 배경과 관련, 2002년 월드컵 폐막 직후 정 의원과 함께 한 가야산 산행에서 "대선에 나오면 도와줄 수 있느냐"라는 제의를 받고 '문화예술 담당 특별보좌관'이란 직함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특보'의 위상에 대해 "엄청난 자리였다"고 회고하면서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 군수가 절절매는 것 같았다. 연예인 생활을 오래 했어도 그런 예우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 후보가 당시 한나라당을 탈당한 박근혜(朴槿惠) 의원 영입에 공을 들이던 과정에서 '계룡산 도인'으로부터 들었다는 '천기'도 누설했다.

   이 도인은 "이번 대선에서 무조건 정도령이 된다"고 전제한 뒤 "현세에서도 친하게 지낸 두 의원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회장이 하늘에서 합의한 것"이라며 "대선에서 정 후보가 대통령을, 박 의원이 국무총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마니산과 한강, 지리산에 가서 제를 올리라고 했다는 것.

   하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정 후보는 "아무튼 수고했다. 내가 참고는 할게"라며 웃고 넘어갔다고 김씨는 전했다. 그는 이어 시중에 족집게로 소문한 남산의 임모 보살의 권유로 임금 왕(王)자가 쓰인 부적을 정 후보의 뒷주머니에 몰래 넣은 사실도 고백했다.

   김씨는 또 노무현(盧武鉉) 당시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거의 조작이라 할 수 있다"며 조직동원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쪽에서는 가용한 모든 조직을 가동했고, 거기에 노사모가 똘똘 뭉쳐 여론조사에 적절히 대응한 결과였다"며 "몇 시에 여론조사를 하니 그 시각에 일반전화가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라는 그런 대응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면서 대선 전날 노 후보 지지 철회 파동과 관련, 노 후보 일행이 정 의원의 평창동 집으로 찾아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면담을 요청한 것부터 "표정관리, 정치쇼였다"며 '진정성'을 문제 삼았다.

   김씨는 "가만히들 서성거리다가 카메라만 들이대면 마치 뭔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인 양 커다란 행동을 취한다"며 "모든 언행에 기자가 있느냐에 따라 그들의 행동은 전혀 달라진다"고 주장했다.
김서중 기자(ipc00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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