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도가 현실로 그려진 곳

2006. 11. 8. 06:49정보 얻어가는 즐거움

몽유도원도가 현실로 그려진 곳
종로구 부암동①


서울을 무미건조한 빌딩숲과 무표정한 도시만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서울은 정도(定都)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의 수도로서 그 긴 역사와 함께하는 다양한 면모와 가지각색의 이야기를 곳곳에 품고 있다. 각 동네마다 숨겨진 명소와 그 곳에 어린 이야기를 찾아 떠나는 서울탐방일지로 서울의 백가지 표정과 색을 담은 ‘서울백색여래도’를 펼쳐 보이고자 한다. 조각보의 첫 조각부터 100번째 조각까지 완성되어지는 ‘서울백색여래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자! 발을 띄어보자.

문화유산 졸보기-조선시대 별장에서 놀아보기

서편으로는 인왕산과 북한산성이, 남쪽에서는 북악산이 서로 어우러지고, 계곡이 굽이쳐 흐르는 부암동은 예전부터 절경의 명성만큼이나 수려한 풍광을 간직하고 있는 서울의 비경 중 한 곳이다. 선조들의 별장들이 고스란히 잘 보존되어 있는 이 일대는 거문고 뜯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릴 것처럼 조선시대 분위기를 생생히 즐길 수 있다.

백사 이항복 선생의 놀이터 ‘백사실’을 비롯하여, 흥선대원군의 별장 ‘석파정’, 안평대군의 별장 ‘무계정사’등 문화유산이 가득하다. 이와 함께 ‘빈처’, ‘B사감과 러브레터’등 우리나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현진건의 집터와 서정적 한국추상화의 대가 ‘수화 김환기’의 작품을 볼 수 있는 환기미술관까지 함께 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서울여래도의 첫 탐방지로의 자격은 충분하다. 더욱이 오색만두집과 가장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맛볼 수 있는 기회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선인들이 자연을 벗 삼아 풍류를 즐긴 별장과 정자들은 우리 풍류문화의 정수이다. 산 좋고, 물 좋고, 덤으로 역사공부까지 겸할 수 있는 부암동. 역사와 자연을 함께 보고 느끼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이다. 그 문화유적들을 살펴보자.

생생한 백사의 자취 - 백사실(白沙室)

서울에서 제일 에스프레소 커피 맛이 좋다는 자하문터널 상부에 위치한 카페 ‘에스프레소’를 따라 환기미술관 이정표가 있는 길로 끝자락까지 올라가면 사적462호로 지정된 숨겨진 비밀의 정원 백사실을 만날 수 있다.
백사실은 오성과 한음 일화의 주인공인 영의정 백사 이항복의 별장 터였다는 풍문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이항복의 호를 간직한 이 별장 터에 발을 디디면, 100년도 넘은 듯 굽이치는 소나무 숲이 오는 이를 반기며, 도롱뇽과 버들치를 볼 수 있는 청정한 시냇물에 신비감마저 느끼게 된다. 솔 향에 취해 좀 더 들어서면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백석동천(白石洞天)’을 만나게 된다. 원래 ‘동천’이라는 풍광이 빼어난 곳에 붙이는 자구로 예부터 소문난 절경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를지나 조금 더 가면 수백 년 된 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반경 10m의 아담한 연못을 만난다. 물을 가득담은 연못에는 싱그러운 수초와 나뭇잎만이 솔 향과 함께 수면 위를 유영하고 있다. 특히 한밤중에 연못 옆 돌계단에 앉으면 별과 솔 향, 청보라 빛 공간속의 소나무 실루엣에 신비한 전설 속으로 빨려들 것만 같다.

안평대군 몽유도원도가 눈앞에 -무계정사

우리나라 미술사에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몽유도원도(武陵挑遠圖)’를 현실에서 보고 싶다면 무계정사를 찾아야 한다. 자하문 터널 위 부암동사무소에서 뒤 길을 따라 올라가다 총총걸음으로 역사를 간직한 돌계단을 오르면 ‘무계동(武溪洞)’이라고 새긴 바위와 함께 고풍스런 정자를 마주하게 된다. 세종의 셋째아들인 안평대군이 꿈속 무릉도원이 눈앞에 펼쳐진 것과 같다하여 정자를 짓고 풍류를 즐겼던 곳이라 하여 더 유명한 무계정사.

그곳에 서면 저절로 시 한수 지어낼 수 있을 것 같은 비경에 꿈을 꾸는 듯하다. 이러한 기운이 예사롭지는 않았던 듯 접하고 있는 정자 아래 아름드리 나무가 드리운 집터는 ‘빈처’ ‘B사감과 러브레터’ ‘운수 좋은 날’등 주옥같은 작품을 탄생시킨 우리문학계 대표자 중 하나인 현진건의 집터이다.

흥성대원군의 비밀의 정원 -석파정(石坡亭)

정자 앞산이 모두 바위여서 흥선대원군이 석파(石坡)라 이름 지은 석파정(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 26호). 석파는 바위언덕이나 바위비탈이란 뜻으로 흥선대원군의 아호 석파가 바로 여기서 지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금의 석파정 앞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커다란 바위언덕이 있는데 작은 시냇물과 바위, 그리고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지어진 이 정자는 백미로 꼽히고 있다.

석파정 입구에 들어서면 인왕산의 계곡물이 흘러들어 연못을 이루고 있는데, 이곳에 ‘소수운련함(巢水雲簾菴)’이라고 바위 면에 새겨진 글을 접하게 된다. 물속에 깃들여 있으면서 구름으로 발을 친 암자라는 문귀는 석파정을 한마디로 압축해 놓은 표현이다. 9칸으로 구성된 안채가 있고 별채문을 지나면 화강석 기단위에선 정면 6칸, 측면 2칸의 별채가 드러나는데 홑처마와 팔각지붕을 가진 이곳에 서면 인왕산과 북악이 굽이굽이 펼쳐진다.

마치 동양화를 보듯 둥그스름한 바위언덕을 앞으로 하여 수목이 울창한 언덕위에 도도한 자태를 선보이는 이곳은 기와지붕 끝머리의 곡선과 곡선이 숲과 하늘과 어우러져 비경을 이루어 낸다. 절기마다 단풍과 피고 지는 꽃을 즐길 수 있는 석파정은 햇살도 쉬어가고 싶을 만큼 아늑한 아름다음을 간직한 곳이다.

서울문화재단·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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