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제품 무덤' 된 중국

2006. 11. 26. 18:52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원조제품 무덤' 된 중국

[조선일보 김기홍기자]

중국에서 짝퉁(모조품) 제품이 활개 친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중국의 ‘데드 카피’(타사 제품의 기능이나 디자인을 고스란히 베끼는 것) 실력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짝퉁 제품이 진짜를 위협하는 수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원조(元祖) 자리를 밀어내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중국 짝퉁이 원조 자리 위협=LG전자는 지난 5월 중국시장에 휴대전화 ‘초콜릿폰’을 출시하기 직전 비상이 걸렸다. 초콜릿폰은 지난해 11월 말 국내에 처음 출시됐다. 하지만 이후 중국 실정에 맞는 초콜릿폰 개발에 3~4개월이 지났고, 이 와중에 중국 업체가 짝퉁 초콜릿폰을 현지 시장에 먼저 내놓은 것. 진품보다 짝퉁이 먼저 시장에 나온 것이다. LG 관계자는 “오히려 LG 전자가 짝퉁 업체라는 오해를 받고 있다”면서 “디자인은 물론, 제품 전면에 터치패드(손가락을 메뉴에 올리면서 작동하는 방식)를 부착한 것도 똑같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에 화제가 됐던 PSP폰 소동도 중국 짝퉁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PSP(플레이 스테이션 포터블)는 일본 소니가 만든 휴대용 게임기기. 현재 인터넷에선 소니가 PSP에 휴대전화 기능을 지원하는 액세서리를 개발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짝퉁 업체가 PSP의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한 휴대전화를 출시했다. 이 때문에 한때 인터넷에선 ‘소니가 마침내 PSP폰을 출시했다’는 이야기가 퍼지기도 했다. 게다가 이 휴대전화는 650달러(약 60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일반 짝퉁 제품보다 훨씬 비싼 것은 물론, 삼성전자·소니에릭슨이 팔고 있는 고가 휴대전화에 버금가는 가격이다.



◆중국 내 짝퉁 제조 전문 조직 성업=국내 업체들은 중국에서 짝퉁이 활개 쳐도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고 말한다. 짝퉁을 만드는 회사는 대부분 영세한 데다 점조직처럼 활동하기 때문에 적발이 쉽지 않다는 것.

현재 중국에는 천재급 과학자를 동원, 새 제품이 나오면 1~2개월 안에 완전한 짝퉁 제품을 만들어내는 수십 개의 조직이 활동 중이다. 20~40명으로 구성된 이들 조직이 회로도를 작성해 제조업체에 넘기면, 제조업체는 짝퉁 제품을 2만~3만대 정도 만들어 시장에 뿌린 뒤 사라진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체적으로 유통 경로를 추적해 짝퉁 조직을 찾아냈다. 이 조직은 삼성전자가 암호화해서 보관하는 회로도까지 풀어내는 등 만만찮은 솜씨를 보여, 삼성측은 아예 이들에게 삼성전자 입사(入社)를 제의하기도 했지만 거절당했다. 짝퉁 1건만 대박을 터뜨리면 우리 돈으로 1억~2억원을 버는데 굳이 입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기홍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darma9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