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로 한 해 걱정 날려 보내요
2007. 2. 20. 11:19ㆍ내고향강진의 향기
바람개비로 한 해 걱정 날려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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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군 병영면 도룡마을 한종철(67)씨는 틈틈이 바람개비를 접는다. 그는 지난해 2월 새떼들이 농작물을 습격하는 것 때문에 골치를 앓다가 바람개비를 떠올렸다. ‘방어용 바람개비’ 재료로 막걸리병을 선택했다. 한씨는 “페트병과 달리 막걸리병은 어린아이 살처럼 보들보들해 접기에 좋다”며 “비바람에 견딜 수 있고, 소리도 나 제격”이라고 했다.
한씨는 지난해 7~10월 고추와 감 수확기에 밭고랑에 바람개비를 달았다. 200여m 줄에 바람개비 200여개를 매달아 새떼 공격에 대비했다. 고장난 리어카 바퀴살에 바람개비를 달아 바퀴와 바람개비가 이중으로 돌도록 하기도 했다. 한씨는 “마을 길에도 바람개비를 달아 놓았더니, 이웃들이 새떼를 쫓는 데 효험이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씨가 바람개비를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집엔 빈 막걸리병이 넘쳐난다. 한씨는 “술은 못하지만, 이웃들이 술판을 벌이면 어김없이 찾아가 빈병을 들고 나온다”며 웃었다. 동네 사람들도 한씨 집 담 너머로 빈병을 던져두거나, 대문 앞에 갖다 놓는다. 지금도 한씨 집 창고에 빈 막걸리병 100여개가 쌓여 있다.
제작법도 점차 진화(?)했다. 뿌리가 남아 있는 나무에 바람개비를 달아 멋을 내고, 빨강·파랑 페인트도 칠했다. 천 조각이 떨어져 나간 햇빛가리개(파라솔)에 250여개의 바람개비를 달아 대작을 완성했다. 3·1절 33인을 생각하며 33개의 바람개비로 태극기 모양을 만들기도 했다. 한씨 집 마당엔 바람개비 1천여개가 빙글빙글 돌고 있다. 그는 올해 새떼 방어용으로 1천여개의 완성품을 보관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여름 이웃 30여명의 자전거에 바람개비 3개씩을 달아주기도 했다. 한씨는 “바람개비를 달고 자전거를 타 보더니 시원하다고들 고마워하더라”고 했다.
한씨는 요즘 서울 손자들을 위해 바람개비를 만들고 있다. 둘째며느리가 출산을 앞두고 있어, 며칠 후 바람개비를 들고 서울로 갈 예정이다. 그는 “올해에도 아이들이나 주변 이웃들이 모든 걱정을 바람개비에 날려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강진/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강진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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