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 직언하는 지식인·언론 필요한 때”

2007. 3. 6. 11:48나의 취재수첩

“국민에 직언하는 지식인·언론 필요한 때”
노 대통령 “개헌, 지금 논의 안하면 20년간 못해”
  2007-02-28 11:37:56 입력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개헌 제안에 대한 공론이 형성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충분히 토론하는 것은 올바른 답을 찾기 위한 민주주의적 과정”이라며 “근데 (개헌은) 덮어놓고 그냥 밀려간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7일 인터넷신문협회와 합동인터뷰를 갖고 있다.<사진=홍보지원팀>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취임 4주년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언론사들과의 합동인터뷰에서 “언론이 입 다물고 있으니까 누가 말할 사람이 없고, 지지율 높은 정당이 입 다무니까 말하는 사람 없고,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가 낮으니까 이야기가 안 된다”며 “지지율 낮은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것도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지지율 높은 정당이 얘기해도 틀린 것은 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합적 개헌에 대해선 “지금 가능하지 않다. 원포인트 개헌 거치고 나면 어느 때라도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원포인트 개헌 지금 논의하지 않으면 앞으로 20년간 본질적 논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가가 경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면 변화 속도가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변화의 속도가 시대 요구만큼 거의 가깝게 따라가지 않으면 그 사회는 낙오한다”며 “최소한 우리 사회는 그 정도 양심과 공론은 살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여야를 설득해 개헌의 장으로 이끌기 위한 타개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개헌이 안 되면 장래에 지금 우리가 겪었던 비능률과 비효율 반복될 것이지 당장 우리 국민들이나 제게 영향을 미칠 것은 아니다”며 “지금은 되든 안 되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성실한 정치인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아주 솔직히 (개헌 발의는) 훗날 평가와 기록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역사적 관점에서 책무를 다 하고 싶다”고 답변했다.

“거국중립내각 구성 요구는 독재시대 잔재”

노 대통령은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초당적 국정운영과 선거중립을 위한 거국중립내각 구성 요구에 대해 “초당적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거부감을 가졌다. 진실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왜 자꾸 중립을 꾸미려고 하나? 독재시대의 잔재”라고 지적했다.

또 “국민의 정부 이래 선거중립을 하지 않아서 선거를 훼손했다는 얘기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며 “낡은 카드 들고 나오는 사람들은 낡은 정치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기자 여러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낡은 정치인 하는 소리를 따라하면 낡은 기자가 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탈당문제에 대해선 “대통령의 탈당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그러면서도 나가는 이유는 당에서 나가라는 사람이 여러 명 있고, 항상 시비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구조가 조금 이상하다. 한국정치의 다소 이중적인 구조, 기만적인 구조가 있다”고 꼬집었다.

“북한 개혁·개방으로 성공할 것…속도의 문제”

북한의 핵개발과 개혁·개방 전망에 대해 노 대통령은 “북한이 개혁·개방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북한도 제 정신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라면 개혁개방 이외에 아무런 길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성공할 것이라고 본다”며 “속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해선 “개혁 개방하려는 사람이 왜 핵무기를 만들었을까? 개혁개방과는 별개로 상대방에 대응하기 위해, 위협하지 못하도록 협상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며 “그게 잘했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이 시점에서 미국과 한국의 판단이 중요하다. 공존할 것인가, 교류할 것인가. 안전이 확실히 보장되고 개혁개방으로 이익 얻을 수 있다는 신호를 일관되게 줘야 한다”며 “일시적으로 꽃샘바람이 불어도, 북한이 일시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을 해도 어차피 3월에는 봄이 온다”고 전망했다.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선 “내가 하기 싫어서 정상회담에 부정적이었던 게 아니다. 안될 일을 자꾸 주장할 일은 아니다”며 “빗장이 풀릴 지 안 풀릴지 모르는데, 만나는 것이 여러 가지 상황을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진보적 가치에 대한 논쟁 필요하다”

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브리핑과 국정브리핑에 기고한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합니다’는 글로 진보논쟁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나는 그런 논쟁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우리나라 진보의 범위, 누가 진보이고, 진보의 대표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그 가치가 국가·사회가 추구할 가치와 나란히 갈지, 적절한지 많은 논쟁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고는) 내가 제기하는 방향으로도 생각해보자는 것이었다. 정치적 저의 같은 건 없다. 내가 금기를 두지 않기 때문에 논쟁에 뛰어든 것”이라며 “나의 진보 논쟁은 대선과 상관없고, 국민과 내일의 역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미FTA가 양극화 초래’ 주장 근거 없어”

한·미 자유무역협정(한미FTA) 체결 전망에 대해선 “한미FTA는 앞으로 상징적 의미 갖고 있다”며 “연구개발 실험, 법률 회계서비스 등등 기업에 필요한 서비스 고급의 지식기반 서비스가 약한데 이 부분을 미국시장과 동조화시켜서 우리를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려서, 동북아에 있어서 기업지원 서비스에서는 선두로 가자는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욕심으로 열자고 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협상을 너무 잘 해서 (미국이) 잘 안 열어주고 아쉬움이 있다”며 “한미FTA 끝나도 서비스 시장은 자발적으로 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줄곧 저는 주장해왔다. 이 부분 해결하지 않으면 대졸 취업 안 되고, 우리경제 미래 없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막상 한미FTA 진행되는 것 보니 그런 부분 많이 열리지 않지만 한미FTA는 우리경제의 역량을 보여준다”며 “한국은 어떤 개방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겨낼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FTA가 양극화를 초래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양극화 현상이 지금 한국에서도 세계적으로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일본도 폭넓게 빠르게 유럽도 폭은 좁지만 진행되고 있다”며 “FTA가 양극화 초래한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어떤 메커니즘 때문에 어떤 요소 때문에 양극화 진행되는지 모른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FTA 때문에 양극화 더 진행될 것 없다. 농업부문은 양극화 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 주거복지 위한 공급확대 정책 펴고 있다”

향후 부동산 대책과 관련, 노 대통령은 “지금은 단기처방보다는 소위 공공부문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 통해 국민 주거복지 위한 공급확대, 그 정책을 펴고 있다”며 “국민 주거 복지 위해, 시장에서 게임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 그 위에 실수요자 위한 주거복지 위한 것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은 안정되는 것이 좋다. 적어도 물가인상률이나 또는 금리수준 이상으로 절대로 오르면 안 된다”며 “그렇다고 해서 폭락해서도 안 된다. 폭락할 때 경제에 심각한 침체와 위기 온다. 그래서 안정된 수준에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도세와 종부세가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선 “양도세 말씀 했는데 집을 팔래야 팔 수가 없고, 이사 갈 수가 없다고 하는데 둘 다 맞지 않다”며 “이사 가려면 그 동네 밖으로 나가야 종부세가 줄지, 비싼 곳에서 비싼 곳으로 간다면 뭐 하러 이사 가나, 싼 동네로 가면 양도세 10%내면 돈 한참 남는다. 저도 여의도에서 명륜동으로 이사하면서 돈 남아서 선거자금 썼다. 이건 부동산 정책 흔들려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논리라고 확신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39억 짜리 주택 종부세가 3700만원인데 이거 1%가 안 된다. 미국도 보유세가 1%다”며 “미국 수준으로 가자면, 유럽 복지 수준으로 가자면 종부세 더 올려야 한다. 그래야 형평이 맞다”고 강조했다. 또 “능력에 따른 부담이 조세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민생경제 장기적 계획 갖고 대비”

노 대통령은 민생경제와 관련, “서민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나도 항상 마음도 아프고,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그럼에도 민생파탄을 말하는 사람에게 민생이 언제보다 얼마나 나빠졌는지, 어느 정도가 파탄이라고 말하는 지 묻고 싶다. 빈부격차와 양극화 얘기를 하는데 어느 나라보다 얼마나 심한 지를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언제부터 생겼고, 해결책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게 아닌가”라며 “대기업 수출이 아무리 늘어도 일자리는 안 늘 수 있다. 총액투자와 성장만 높다고 일자리 많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정부 이전의 복지지출이 전체의 20% 수준이었는데, 올해 28%까지 올렸다. 이게 쉬운 게 아니다. 과격한 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병원에 입원한 지 하루만에 나가서 걷게 해주지 않는다고 멱살을 잡아버리면 아무 의사도 못 산다. 적어도 10∼20년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가는 게 당연하다”고 국민들의 인내를 당부했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기술 혁신을 잘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의 전망과 과제에 대해선 “과학기술 얘기만 나오면 과학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우리나라 국민 역량이 존경스럽다”며 “미래를 밝게 보는 이유는 우리 과학도들이 열심히 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엄청난 속도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에서부터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공공부문 투자에 대한 투자가 과거 정부보다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늘려가고 있다”며 “돈을 자꾸 넣는 것도 좋지만, 돈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어떤 것을 넣고 중단할 것인지 시스템을 만들 조직이 없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행정 사무밖에 할 수 없어서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만들어 뒷받침하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이탈리아 총리를 만났는데, 그분이 어느 연구기관에 세계에서 가장 과학기술 혁신을 잘 하는 나라를 물었더니 우리나라라고 하더라”는 일화도 소개했다.

“온라인매체, 독창성 창의성 다양성 치열함 가져야”

노 대통령은 온라인 민주주의의 장점과 숙제와 관련, “솔직히 말해 온라인 매체조차 없었더라면 제가 어떻게 정치무대에서 이만큼이라도 유지해 갈 수 있었겠냐고 생각한다”며 “전체적으로는 인터넷 매체가 기존 매체와는 좀 다른 견제 역할, 보완적 노력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우리 민주주의가 좀더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우리 매체는 시각이 너무 단편적이다. 방송이든 신문이든 기자실에 앉아서 '이거 어떻게 써야 하나'고 하면 ‘이렇게 써야 한다’고 의견을 나눈다”며 “이렇게 가면 악의가 없더라도 매체는 망하는 거다. 독창성과 창의성, 다양성, 치열함을 갖는 게 인터넷 매체의 역할이다. 그렇게 가도록 저도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에게 직언하는 것이 용기 있는 언론”

노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을 통해 “저는 정치 10단이 아닌데 지난번 탄핵 이후 저에게 정치 10단이라고 이름 붙이더라. 난 정치 10단이 아니다”며 “술수가 아니고 정직하게 내 생각 항상 밝히고 그대로 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 앞에서라도 쓴소리 하겠다”며 “대통령에게 제왕의 도리를 빗대 귀를 열어라 간신배를 멀리하라는 등 조언 많이 하는데, 대통령이 제왕이냐 국민이 제왕이냐. 지금이 청와대 행정관료, 정무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게 필요한 사회냐. 아니면 지식인들이 국민에게 직언하는 게 필요한 사회냐. 시민에게 직언하는 것이 용기 있는 언론”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끝으로 “저는 대통령을 그만 두고 난 뒤 평생을 제 행위의 정당성을 평가하고, 변론할 것은 변론하고, 고백할 것은 고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국인터넷신문협회 16개 소속 언론사가 참여한 노 대통령과의 합동인터뷰는 방송인 김미화 씨의 사회로 예정시간인 90분을 넘겨 2시37분간 진행됐다.
김서중 기자(ipc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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