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짝퉁’에 멍드는 수출기업

2007. 3. 6. 17:52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한국 경제가 ‘묻지마식 짝퉁(위조 상품)' 유통에 속수무책으로 당해 심각한 ‘국가 브랜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14일 산업자원부와 특허청, 모조품 피해대책 협의회 등에 따르면 반도체와 자동차 등 국가 주요 산업에까지 ‘짝퉁상품'이 독버섯처럼 번져 줄잡아 연간 17조원 이상의 수출 손실과 돈으로 환산하기조차 어려운 지적재산권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메이드 인 코리아=짝퉁'이라는 인식이 전세계에 퍼져 우리 수출기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연간 17조원의 경제적 손실정부와 민간기관이 지난해 접수하거나 파악한 국내 기업의 짝퉁 피해 건수는 1000여건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짝퉁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액은 무려 17조원 이상이란 게 산업 전문가의 추산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1년간 반도체를 팔아 올린 매출에 육박하는 규모다.

국내 기업의 짝퉁 피해 접수업무를 담당해온 특허청은 지난해까지 200여건의 해외 짝퉁 피해 사례 접수를 받았다.

특허청에 접수된 짝퉁 사례는 지난 2000년 15건, 2001년 17건, 2002년 31건, 2003년 42건, 2004년 27건, 2005년 34건, 2006년 40건(잠정)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또 국내 제조 유통되는 짝퉁 사례는 지난해 1500여건 이상 접수됐다는 게 특허청의 설명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짝퉁상품으로 인한 피해 기업이 날로 늘고 있다”며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짝퉁 사례가 많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허청 외에 유관기관에서 파악한 짝퉁 피해도 800여건 이상으로 전해졌다.

피해 품목은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통신, 의류, 가방, 식료품, 신발 등이다. 주로 상품의 브랜드가 판매에 크게 영향을 주는 유명 상품이 짝퉁의 대상이 됐다.

짝퉁 수법은 대부분 상품디자인, 상품명, 회사로고 등을 베끼는 형태다. 이런 짝퉁상품은 정품의 50∼80% 가격에 팔리고 있다. 정품 제조 기업이 매출 감소와 제품 신뢰도, 브랜드 가치 하락 등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짝퉁을 만드는 곳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이 대부분이고 중동과 유럽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품목 구분없이 쏟아지는 ‘짝퉁'‘짝퉁'은 특정 명품 제품만 아니라 반도체, 휴대폰, 가전기기, 건설, 자동차 등 국가 주요 산업 전반에 걸쳐 확산되는 양상이다.

본지가 지난 12일 단독 보도한 ‘삼성전자 1G 낸드 플래시 짝퉁'이 대표적 사례다. 세계 최강을 자부해온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짝퉁 삼성 반도체'의 유통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중국에 수출한 슬라이드폰을 베낀 짝퉁이 유통돼 골치를 앓았다. 심지어 중국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휴대폰 상표 도용 비율이 무려 600만여대에 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래미안' 상표를 도용한 중국 현지 기업에 적극 대응해 12억원가량의 벌금 처벌을 내리게 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인도와 중국 등에서 짝퉁이 등장해 대응책을 강구한 바 있다.

LG의 경우 중국지역에서 짝퉁 LG 상표를 붙인 전자제품을 적발해 현지 공안을 통해 처벌했다.

자동차 분야의 경우 쌍용자동차의 주력 모델인 렉스턴이 중국에서 짝퉁으로 만들어졌다. 현대자동차의 신형 싼타페와 기아자동차의 쏘렌토도 짝퉁이 등장했다.

한편, 정부와 유관기관이 짝퉁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짝퉁 단속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법 제도도 미흡해 정부의 처방전 마련이 절실한 상태다.

/hwyang@fnnews.com 양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