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짝퉁업체’ 골머리… 도용 무방비·피해 눈덩이

“KT 같은 대기업에서 택배를 그렇게 무책임하게 하면 어떡합니까.” “필리핀 수빅에 초고층 타워형 아파트를 건설한다면서요. 투자 문의하려고요.”

국내 대표적 통신업체인 KT의 고객상담전화(100번)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이런 엉뚱한 전화가 걸려온다. 아무 상관없는 회사를 KT 산하 자회사로 착각한 고객들이 문의하거나 항의하는 전화다.

이처럼 짝퉁 회사명이 판친다. 신뢰도가 높은 대기업 이름을 도용, 영업활동을 하는 얌체 기업이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이름이나 회사 로고를 교묘하게 모방하는 기업들 때문에 일부 대기업이 엉뚱한 피해를 보는 것이다.

KT는 13일 홈페이지 KT 계열사 소개란에 이름이 비슷해 KT 관계사로 착각하기 쉬운 회사명을 열거했다. 유사상호를 금지한 법률에 따르면 누구든지 같은 지역 안에서 타인의 영업으로 오인할 수 있는 상호를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국내에서 KT 이름 및 비슷한 로고를 사용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일으키는 유사상호 업체는 500여개. KT는 정도가 심해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업체 20∼30곳에 경고했고, KT건설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했다.

유사상호 피해는 대기업일수록 크다. 대기업 브랜드 가치에 편승해 인지도·신뢰도를 높이려고 하기 때문이다. 삼성 현대 등 국내 대표기업 사명을 도용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요즘에는 우리, 하나, 신한 등 은행 이름을 딴 대부업체들이 성행 중이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여서 홈패션 브랜드 이브자리는 자영업자들이 일부 지역에서 ‘이부자리’라는 가게를 내는 바람에 고심하고 있다.

법정다툼까지 가는 사례도 많다. 삼성전자는 5년 전부터 법무팀에 상표담당을 두고 단속을 펼치고 있다. 롯데그룹도 최근 초강경 공세를 펴고 있다. 롯데그룹 상호사용금지 가처분신청으로 논란을 빚었던 농협롯데관광은 8월 말 NH여행으로 이름을 바꿨고, 롯데관광에는 로고 사용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해 이르면 이달 말 첫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KT 관계자는 “KT와 상호가 유사하거나 아예 KT를 사칭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실태조사를 벌인 뒤 강력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쿠키뉴스-2007.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