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김&장’ 독주 흔들

2008. 5. 29. 16:51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1분기 M&A자문 3위 … 세종·태평양에 밀려

 

최근 미국의 금융전문 미디어 기업인 블룸버그 통신은 올 1분기(1~3월) 아시아·태평양 지역 로펌들의 기업 인수합병(M&A) 자문 실적을 발표했다. 국내 로펌 중에는 법무법인 세종이 총 57억2000만 달러의 거래를 자문해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51억8500만 달러를 기록한 태평양이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 법률사무소는 의외로 10억3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런 결과는 세종이 역대 최대 M&A사건(43억2500만달러)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 인수 건을 맡은 것도 작용했다. 하지만 다른 로펌들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로펌 시장이 김&장의 독주체제에서 점차 다변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위권 로펌 부상=김&장은 국내 로펌 중 독보적인 1위다. 지난해 M&A 분야에서 가장 많은 190억3000만 달러의 거래를 자문했다. 광장(95억8000만 달러)·태평양(70억 달러)의 실적을 훨씬 뛰어넘는다.

하지만 이 같은 김&장의 위세가 주춤하다는 게 로펌업계의 분석이다. 올 들어 한라건설 컨소시엄의 만도 인수(6억8400만 달러), 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 인수(6억600만 달러) 등 굵직굵직한 M&A 사건들이 김&장이 아닌 다른 로펌들로 넘어갔다. M&A사건은 다른 분야에 비해 수익률이 월등히 높아 대형 로펌들이 가장 선호하는 분야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선 이른바 ‘기저귀 소송’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킴벌리클라크사가 국내 기저귀 제조회사들을 상대로 낸 특허권 침해 소송이다. 이 소송에서 클라크 측을 대리한 김&장은 국내 회사들을 대리한 광장에 졌다.

대형 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광장·태평양·세종 등 2위권 로펌들이 M&A·기업금융 분야의 특화를 추진하고 우수 인재를 대거 영입한 것이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1위 프리미엄 약화=SK는 ‘소버린 사태’때 그룹 재무현황을 김&장에 제공했다. 하지만 김&장은 2003년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회장의 변호를 맡으면서 동시에 소버린의 주식취득 신고를 대행했다. 이후 SK는 김&장에 사건을 거의 맡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복폭행 사건으로 기소됐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1심 변론을 김&장에 맡겼으나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2심 때는 다른 변호사들이 대리했다. 한국에서 법적 문제가 발생하면 대부분 김&장을 찾던 외국 기업들도 지금은 분야별 전문가를 선호하는 추세다.

이에 대해 김&장 관계자는 “국내 로펌들이 건전한 경쟁을 통해 서로 발전할 수 있다면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중앙일보 2008-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