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아빠와 딸
2009. 3. 27. 09:18ㆍ살며 생각하며...
버스, 아빠와 딸
주말 저녁, 마을버스 안은 약간의 술 냄새와
귀가하는 이들의 분주함과 일몰의 아쉬움이 묻어나온다.
다섯 명 앉을 수 있는 맨 뒷좌석에 먼저 앉은 아이가
앞을 향해 손짓하며 외친다.
"아빠, 여기."
고운 손짓은 옆자리에 앉으려던 학생의 발길을 붙들고
대신 반듯하게 머리를 넘긴 중년신사가 아이 옆으로 앉는다.
"우리 예쁜 딸, 맨날 아빠자리를 만들어주네그려."
어떻게 매일 그렇게 자리를 만들겠는가.
대견한 딸에 대한 자랑이요, 사랑의 마음일 테지.
버스가 종점을 향할 때
비어있는 앞자리에 잠든 딸아이를 앉히고 바라보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작은 아름다움으로 전해온다.
일상 속에 숨어있는 보물과도 같은 광경을
몇 줄 안 되는 글자들로 그려본다는 것만으로도
내겐 행운이요 감사할 일이다.
버스 엔진소리와 발밑으로 흐르던 훈훈한 히터바람이
지금도 느껴진다.
- 오현민 님, '버스, 아빠와 딸' 에서 -
행복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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