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기를 들어만 줬어도

2015. 8. 7. 08:50살며 생각하며...

 

 

 

 

얘기를 들어만 줬어도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가장 좋은 도구는 귀라고 하지요.
상대편 말에 우선 귀 기울여 듣는 것이 그 사람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다는 겁니다.
잘 알면서도 내 입부터 분주할 때가 있습니다.

전철을 나와 의자에 앉아있는데 어느 분이 웃으며 다가왔습니다.
구면인가 싶어 웃음으로 반응했지만, 초면이었습니다.
자신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느냐고 대뜸 물어왔습니다.
응하자니, 나를 순진하게 보고 접근했다는
불순한 생각이 고개를 들고
거절하자니, 그 눈빛이 간절해서 잠시 고민하다가
지금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미안하다고 돌아서는 그분은
정말 자신의 얘기를 하고 싶은 표정이었습니다.

처음 본 사람의 말을 들어준다는 건 큰 맘 먹지 않고는 힘듭니다.
그러나 자주 대하는 사람의 속내조차 살펴보지 않고
내 아쉬운 것만 말하거나 형식적인 대화만 할 때도 있습니다.
불길한 소식이나 그가 힘들어한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야
왜 그때 그가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그런 눈빛이었는지 짐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서 그의 말을 경청만 했어도 막아지는 일이 있습니다.


- 최선옥 시인

 

 

행복하시고

즐거운 주말되세요.


'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엉겅퀴, 그 여자   (0) 2015.08.11
아, 청춘   (0) 2015.08.10
이웃과 소통하는 기술  (0) 2015.08.06
섬말나리 꽃  (0) 2015.08.05
칡과 칡꽃  (0) 2015.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