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갇힌 여인'
2005. 12. 15. 09:20ㆍ나의 취재수첩
<새영화> '갇힌 여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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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차를 몰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한 남자가 차로 그 뒤를 쫓는다. 여자는 한 호텔에 들른 뒤 다시 차를 타고 떠난다. 남자는 호텔에 내려
주인에게 여자가 이곳에서 무엇을 했는지 묻는다. 반복되는 구두 소리와 함께 카메라는 이들의 뒷모습만
부각한다. 영화 '갇힌 여자'(La Captive)는 이렇게 시작된다. 떨쳐버리려고 해도 떨치기 힘든 집착과 의심을 소재로 한 영화다. 벨기에 출신 여성감독 샹탈 아커만의 2000년 작품으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제5편 '갇힌 여인'을 영화화했다. 칠레 출신 감독 라울 루이즈의 영화 '되찾은 시간'(Time regained)과 더불어 프루스트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 중 최고라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영화는 남성의 강박증과 자기중심적인 생각 등을 다뤘다는 점에서 앨프리드 히치콕의 '현기증'을 연상케 한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면에서는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과도 닮아 있다. 영화는 작가 시몬(스타니슬라 메하르 분)의 사랑에 기초한 강박증적인 의심에 초점이 맞춰졌다. 의심의 상대는 연인 아리안(실비 테스튀). 돈 많은 작가인 시몬은 화려한 아파트에서 아리안, 할머니, 하녀 프랑수아와 함께 살고 있다. 시몬은 매일 아침 아리안의 하루 일과를 점검하고 그녀가 외출하면 뒤를 쫓아 사실관계를 확인한다. 그가 확인한 그녀의 하루는 오전에 말한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시몬은 아리안이 항상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동성애를 즐기기 때문에 이를 숨기기 위해서는 거짓말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시몬의 눈에는 아리안의 친구를 포함해 그녀가 만나는 여성들은 모두 그녀의 동성애 대상이다. 그의 이런 확신은 레즈비언들을 찾아가 그들의 심리를 알아보는 데까지 이른다. 영화는 아리안의 대답에도 불구하고 계속 반복되는 시몬의 똑같은 질문을 통해 강박증이 이미 도를 넘었음을 보여준다. 무성의한 아리안의 대답도 진실성이 담겨있지 않기는 마찬가지. 영화는 아리안이 말과 행동을 계속 바꾸는 것을 보여주며 시몬의 의심에 일부 가능성도 던져준다. 이를 통해 감독은 다양한 해석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또한 관객의 시선을 계속 붙잡는 도구로도 쓰인다. 제목 '갇힌 여인'에서 느껴지듯 영화에서 아리안의 행동은 사육된 동물처럼 수동적이다. 아리안의 대답은 오랫동안 갇혀 사육돼 이제 주인이 원하는 것이 뭔지 알아버린 서커스단의 동물과도 같다. 그녀는 항상 시몬의 제의에 무표정하게 "당신이 원하시면"이라고 응수한다. 종을 울리면 반사적으로 침을 흘리는 '파블로프의 개'를 보는 듯하다. 영화는 시몬의 의심이 극에 달하면서 급선회한다. 이제 의심은 치졸한 인간 심리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는다. 결별 선언 후 아리안을 그녀의 이모 집으로 데려다 주는 길에 시몬은 "이제 헤어지기로 했으니 지금까지 나한테 한 거짓말을 모두 고백해 보라"고 말한다. 아리안의 두 가지 고백에 "두 가지만 더 해달라. 네 가지는 해줘야 믿음이 가지 않겠느냐"며 계속해서 요구하는 시몬. 이런 시몬의 행동은 시몬의 변하지 않는 자기 중심적인 생각을 대변한다. 치졸한 인간심리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화는 마지막 부분에서 열린 시선으로 관객과 만난다. 수영을 하러 간 아리안이 물에 빠진 것을 확인한 뒤 그녀를 구하러 간 시몬이 구조대의 배를 타고 홀로 돌아오는 모습은 아리안의 죽음이 우연한 사고인지 타살인지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23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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