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첫 장외투쟁..시민반응은 '냉담'

2005. 12. 15. 09:19나의 취재수첩

한, 첫 장외투쟁..시민반응은 '냉담'
  2005-12-13 16:37:55 입력
  혹한속 명동집회 15분만에 '상황종료'
  
   한나라당은 13일 명동 상가 앞에서 당직자와 당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강행 처리 무효화를 촉구하는 첫번째 가두 집회를 열었다.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는 가장 상징적인 조치인 '장외투쟁'이어서 그 규모와 파괴력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일단 시민들의 낮은 호응도 등을 감안할 때 한나라당의 데뷔집회는 기대에 못미쳤다는 지적이다.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매서운 한파 속에서 거리의 반응은 혹한만큼이나 냉담한 편이었고, 그런 탓인 듯 옥외집회는 불과 15분만에 종료됐다.

   박 대표는 소속 의원 30여명과 함께 명동상가에 도착한 뒤 즉석연설을 통해 "여당이 다수의 폭력으로 날치기한 것은 사학법이 아니라 우리의 교육이자 미래, 헌법정신"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박 대표는 또 "이제 전교조가 욕설로 도배된 반(反)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동영상으로 아이들을 세뇌시켜도 막을 방법이 없다"며 "아이들은 북한의 집체극 '아리랑'을 보면서 환성을 지르고 학교는 이념투쟁, 정치투쟁의 싸움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뒤를 이어 연단에 오른 전여옥(田麗玉) 의원의 연설은 절규에 가까웠다.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은 전교조를 앞세워 우리나라 교육을 바꿔 100년 동안 유지될 정당으로 가려한다"고 주장했다.

   300여명 가량의 중앙당 및 지역위원회 당직자들과 '박사모' 회원들도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백년대계 우리교육 날치기가 웬말이냐", "국회의장 사퇴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추운 날씨 속에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에 가까웠다.

   점심 시간이어서 거리는 사람들로 꽉 찼지만 박 대표가 연설할 때만 일부 행인들이 잠시 관심을 보였을 뿐 외투 깃을 세우고 고개를 숙인 채 "무슨 일이야"라며 발길을 재촉하는 시민이 대부분이었다.

   의원들도 사학법 투쟁소식을 담은 전단을 열심히 나눠줬지만 시민들은 주머니에 넣은 손조차 빼지 않은 채 거부하거나, 무심코 전단지를 받았다가 버릴 곳을 찾는 모습이 적지않았다.

   박 대표는 집회 뒤 당직자들과 함께 잠시 가두행진을 시도하다 공식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떴고, 이후 참석자들은 '사학법 원천무효' 등의 글귀가 쓰인 피켓 등을 든 채 약 45분간 거리 곳곳에서 전단 등을 배포하고 해산했다.

   집회에는 최연희(崔鉛熙) 사무총장과 이규택(李揆澤) 사학법무효투쟁본부장 등 주요당직자들은 물론 남경필(南景弼) 의원 등 소장파 의원들도 참석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오후에도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사학법 개정안 통과 무효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한편 일부 소장파 의원은 당 지도부가 사학법 개정을 이념적 문제로 규정짓고 장외투쟁까지 나선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고진화(高鎭和)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사학법 논쟁이 참교육 대신 이념 논쟁으로 변질됐다"며 "'빅딜론'에 이끌려온 사학법이 초래한 국회파행 대지진 복구에 전력을 다해야 할 판에 여야는 구태의연한 이념 논쟁으로 국민을 불안에 떨게할 여진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서중 기자(ipc007@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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