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장어요리

2006. 3. 19. 14:09내고향강진의 향기

[강진]장어요리

때론 솔바람이 되고 싶은 날이 있다. 삭지 않는 아픔이나, 가슴 저미는 슬픔이 없어도  구름처럼 떠돌고 싶은 날이 있다. 머지않아 눈은 내리고, 아침이면 성애꽃이 허연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한 뼘 남은 햇살을 반길 것이다. 나를 돌아보는 가을. 이런 날 다산을 만나러 가보자.

강진이 자랑하는 향토음식은 장어요리이다. 장어구이는 남성들이 특히 좋아하는 음식으로 여름철 복날 즈음에 많이 먹는다. 예전에는 장어로 국을 끓이거나 백숙을 하여 보신음식으로 먹곤 하였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중국, 일본, 유럽에서도 보신음식으로 즐겨 먹는데 1,200여년 전의 일본 고전인 <만엽집(萬葉集) >에는 "여름 더위에 지친 몸에 장어가 좋다."하였고, 중국의 <계신록(稽神錄)>에는 신약(神藥)인 장어에 대한 일화가 나온다. "과촌이란 곳에서 한 어부의 아내가 돌림병을 얻었는데 무섭게 전염되어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그래서 병자가 생기면 죽기 전에 관에 담아 강물에 떠내려 보냈는데 하류에서 어부들의 그물에 걸리니 병자를 어막에 뉘어두고 장어 고기를 먹였더니 병이 나았다"고 한다.

장어에는 여름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 a가 쇠고기의 200배나되고 단백질, 지방이 풍부하다. 또한 칼로리가 높으면서 지방은 불포화 지방산이므로 고혈압 등의 성인병 예방이나 허약 체질의 원기 회복에 이를 능가할 식품이 없다.  장어를 조상들이 건강 식품으로 또는 약재로 이용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폭군 연산군을 스테미너의 화신으로 만든 요리가  민물장어 백숙이었다.

뱀장어의 대표적인 성분은 단백질(16.2%), 지방(16.2%)과 비타민 a이다. 100g의 쇠고기를 먹으면 116칼로리의  열량이 얻어지는데 장어 100g에선 무려 210칼로리나 나온다. 장어의 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어 영양가가 매우 높다. 인체를 구성하는 것은 주성분이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의 공급없이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

비타민 a가 많기로는 일반 식품에서 장어를 따라갈 것이 드물다. 지금까지 알려진 비타민a의 생리작용은 성장과 생식작용, 점막ㆍ피부에 있는 작용으로 집약되고 있다.
성인의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a의 양은 뱀장어로 환산하면 100g에 해당하며, 이를 계란과 우유와 비교하면 10개의 계란과 5리터의 우유와 맞먹는 것이다.

장어에는 비타민 e도 풍부하다. 비타민 e는 체내에서 불포화지방산의 산화작용을 억제하고 혈관에 대해 활력을 불어넣어 줄 뿐 아니라.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을 예방하고 노화방지에도 효과가 큰 것이다.

장어는 영양가가 높은 건강 식품이지만 성질이 차고 소화가 잘 안되므로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살충제로도 쓰이는데 살이나 뼈를 태워 그 냄새가 베어 있는 동안에는 벌레나 모기가 모이지 않고, 뼈를 옷장에 넣어 두면 좀이 슬지 않는다고 한다.     

강진은  영랑생가, 다산초당, 백련사, 청자도요지 등의 볼거리가 많다. 거기에 옛부터 백합과 뱀장어, 한정식 등의 먹거리가 갖추어진 곳이다.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인 볼거리와 먹거리가 넉넉한 강진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떠나볼 일이다. 백련사에서 내려다보는 구강포에  짧은  겨울 해가 기울어도 키 큰 갈대숲 보다 더 큰 그대들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려니.

                        김정숙(전라남도문화유산해설사. 전남과학대학호텔조리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