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여행-절

2006. 8. 15. 15:56내고향강진의 향기

여름여행-절
남인희 기자  

ⓒ 전라도닷컴

‘절답게’라는 공식에서 자유롭게

담양 연동사
‘절답게’ 라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절이어서 매력적인 절. 담양 금성산성 아래 연동사다. 들머리에 일주문이나 사천왕상은 없다. 손으로 삐뚤빼뚤 쌓아올린 소박한 돌탑들이 속과 성의 경계, 문을 대신할 뿐. 요사채도 너와지붕 올린 흙집이다.

고려시대 절로 오랫동안 폐사지였던 이 곳을 복원한 이는 원행스님. “크게 거창하게 만들 일도 아니고 그저 자연스럽게 소박하게”란 뜻이 이 공간에 담겼다. 집도 세월 흘러 허물어지면 흔적없이 자연으로 돌아갈 재료들만 썼다. 들어오는 길도 포장하지 않고 전기를 들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해 저물면 온전한 밤과 어둠이 그 곳에 찾아든다.

자연석실 노천법당이 주는 감동도 크다. 거대한 암벽 밑에 수더분한 상호를 한 지장보살입상과 삼층석탑이 서 있다. 누구나 지나가다 이무롭게 볼 수 있도록 ‘벽’ 없이 열려있는 공간 그대로 두었다. 무엇을 짓는 데만 뜻이 깃드는 것이 아니니 `안 지은 뜻’이 더 커보인다.

가는 길:  담양 금성면소재지를 지나-연동사 표지판이 있는 길목에서 좌회전-금성리 하성마을 지나 비포장길을 들어가면 연동사. 또하나, 금성산성 쪽에서 들어가는 길도 있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담양읍 버스터미널에서 금성·순창 방면 버스 타고 금성면소재지에서 내려 택시 이용.
먹을거리: 3대가 두부 맛을 이어온 안두부(061-383-9288), 별난매운탕으로 이름난 청산가든(381-6767), 죽순회가 별미인 민속식당(381-2515), 깔끔한 곰국과 두부전골 등을 맛볼 수 있는 갑을원(382-3669) 등.
여행쪽지: 주변 가 볼 만한 곳으로 금성산성, 죽물박물관, 대나무골테마공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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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과 섬진강 한눈에

구례 사성암

섬진강이 함께 하는 길이다. 구례 문척교 건너 죽마리 접어들어 오산 가는 길.
정상은 542미터. 하지만 산은 높아야만 맛은 아니니, 이 높지 않은 산이 섬진강과 지리산을 조망할 수 있는 맞춤한 터가 되어준다. 뜀틀바위 신선대 낙조대 등 기기묘묘한 벼랑들이 많기도 하다. 이 벼랑들 사이에 자리한 절이 사성암(四聖庵). 연기 원효 진각 도선 등 네 성인이 이 곳에서 수도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네 분의 ‘브랜드 파워’면 못 이룰 일이 뭐 있으랴. 그래서인지 사성암은 오래 전부터 영험 있는 기도도량으로 알려져 왔다. 사람들이 기도드리는 곳은 깎아지른 벼랑에 선으로 새겨진 마애여래입상 앞.  원래 ‘ㄷ’자형 바위가 자연적인 감실 모양을 이루는 자리였지만 지금은 그 자리에 법당이 세워졌다.

벼랑 사이 도선굴을 꿰고 나가면 전망좋은 터가 나온다. 저 아래 섬진강이 굽이치며 흘러가고, 구례 들녘과 거기에 기대어 사는 마을들이 펼쳐지고, 지리산이 저 멀리 바라다 보인다.

가는 길: 승용차를 타고 갈 경우 호남고속도로-곡성-곡성읍-17번 국도-압록-구례구역-18번 국도-구례읍-861번 지방도(광양·간전 방향)-문척교 건너 사성암 표지판쪽으로 우회전-죽마리. 버스를 이용할 경우 구례터미널앞에서 문척행 버스를 탄다. 10분 정도 걸리며 죽마리에서 하차. 버스비는 750원. 문의 061-782-8584.
먹을거리: 화엄사 아래 산채정식을 먹을 수 있는 집들이 많다. 그중 추천하고 싶은 집은 ‘해성식당’(061-782-3816). 이외 ‘그옛날 산채식당'(782-4439) ‘백화식당'(782-4033)  ‘지리산 대통밥'(783-0997) 등도 있다. 구례읍에는 동원식당(782-2221, 한정식), 평화식당( 782-2034, 육회비빔밥), 부부식당(782-9113, 다슬기수제비) 등이 있다.
여행쪽지: 오산 사성암을 오르는 방법은 등산하거나 차로 가거나 두 가지. 등산하려면 죽마리 각금마을 쪽 등산로 표지판을 따라 올라간다. 등산 시간은 40∼50분. 차로 가고자 할 경우 마고마을 쪽으로 좀더 직진하면 산길 입구에  ‘사성암’ 표지판이 보이므로 그 길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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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든 탑이 무너지랴

진안 탑사와 은수사
멀리서부터 그 쭝긋한 귀가 보일 때쯤이면 진안에 들어섰다는 걸 안다. 마이산과의 눈맞춤은 진안으로 들어서는 자가 치러야 할 신고식과도 같다.

마이산은 우뚝한 수마이봉(667m)과 둥그스런 암마이봉(673m)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대한 역암 덩어리로 이뤄진 독특한 모양새의 산. 이곳에 돌탑으로 유명한 탑사와 겨울이면 ‘거꾸리고드름’이 열리는 은수사가 있다. 탑사의 80여기 돌탑이 아무리 쎈 바람에도 흐트러짐 없이 버텨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낯익은 속담은 이 탑 앞에서 상투성을 넘어 비로소 제 빛을 발한다.

탑사에서 300미터쯤 언덕길을 올라가면 은수사가 있다. 무량광전과 대적광전 뒤편으로 수마이봉이 우뚝하다. 물러서서 보면 수마이봉은 영락없이 얼굴 모양이다. 사람들은 ‘자연 미륵’이라 부른다. 은수사 마당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줄사철나무(제380호)와 청실배나무(제386호)가 있다. 이성계와 관련 깊은 이 절에선 이성계의 꿈 이야기를 담은 그림 ‘몽금척도(夢金尺圖)’을 태극전에 모시고 있다. 은수사에서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천황문에 이른다. 이 곳엔 석간수가 흐르는 화암굴도 있다.

가는 길: 마이산은 진안군 마령면 동촌리에 있다.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26번 국도-완주 소양면-진안 부귀면-진안읍 진안로터리-마이산(남부주차장의 경우 마령쪽으로 이동). 버스를 이용할 경우 진안 버스터미널(063-433-2508)에서 마이산행 버스 이용. 오전8시부터 오후6시까지 40분간격 운행하며 소요시간은 10분, 요금은 700원.
먹을거리: 산채백반을 하는 국태가든(063-433-5588), 초가정담(432-8840) 등. 오가는 길에 완주 소양면의 화심순두부집(243-8268)도 들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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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배지붕 아름다운 극락보전

강진 무위사

절마당이 환하고 평화롭다. 인위를 버리라는 절의 이름과 어울리게 무위사는 허세와 치장이 없는 절이다. 단아한 아름다움을 만나고 싶다면 이 절을 찾을 일.

극락보전(국보 제13호)은 조선 초기의 대표적인 목조건축. 이 극락보전의 아름다움은 정면보다 측면에서 여실히 알 수 있다. 기둥과 들보가 그대로 노출되어 노란 벽체의 면과 선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는 맞배지붕으로 된 주심포계 건물의 특징으로 수덕사 대웅전, 봉정사 극락전 측면에서도 이같은 구조미를 볼 수 있다. 극락보전 안에는 아미타 삼존벽화와 수월관음도가 있다. 무위사에 전해져온 많은 벽화들을 벽화보존각에서 만날 수 있다.

가는 길: 영암 라이온스탑 앞 삼거리-왼쪽 13번 국도-오리정 오거리-강진·해남 방면-백운교 지나 오른쪽으로 무위사 진입로-무위사(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버스 이용시 강진이나 해남행 직행버스 이용, 성전면에서 하차. 성전에서 무위사까지 군내버스나 택시 이용(15분 소요). 강진읍-무위사행 군내버스(30분 소요). 강진공용정류소 문의는 061-432-9777
먹을거리: 한정식을 하는 설성식당(061-433-1282), 둥지식당(433-2080), 해태식당( 434-2486), 명동식당(434-2147), 청자골종가집(433-1100) 등.
주변 가볼만한 곳: 월출산, 천황사, 영랑생가, 고려청자 도요지, 다산유적지(다산초당, 다산전시관), 백련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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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하고 당당하게 나이들어가는 절

완주 화암사
초록과 햇볕이 그물처럼 잘 짜인 길을 걷는다.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도 시원하다.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불명산 자락 화암사.

문턱에 둥글게 휘어진 나무를 대서 천연스런 아름다움을 이룬 문을 들어서면 적묵당 극락전 우화루 요사채 할 것 없이 고만고만한 크기로 서로 네 귀를 맞추듯 서 있다.
우화루(보물 제662호)는 앞면의 기둥만을 2층으로 하고 뒷면은 축대를 쌓아 세운 공중누각형 건물이다. 원래의 자연적 지형을 해치지 않고 건물을 들여앉히고자 한 궁구의 소산이다.화려한 단청이 미치지 못할 격을 지니고 수수하게 나이 들어가는 건물. 우화루와 마주보고 있는 극락전 단청도 빛 바래서 더욱 애잔하니 곱다. 극락전은 ‘하앙’이란 부재를 받쳐 놓은 독특한 건축양식을 갖고 있다. 일종의 겹서까래 구조인 것. 그렇게 지붕의 하중을 분산시켜 그 위에 서까래를 얹으면 그만큼 처마를 길게 뺄 수 있다.

극락전 안에선 유난히 정교한 아름다움을 지닌 닫집과 조선시대 동종을 볼 수 있다. 밤이면 저절로 울려 스님과 신도들을 깨웠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전해지는 종이다.
‘크기’를 좇을 것 없이 작아도 작지 않은 절, 수수하고 당당한 맛이 느껴진다.

가는 길: 승용차로 간다면 전주(17번 국도)-봉동-고산-경천-용복주유소(오른쪽길)-구제마을 구제슈퍼(왼쪽길)-화암사. 버스로 간다면 전주역 앞에서 화암사행 버스 이용, 1시간 정도 소요.
주변관광지: 대둔산, 송광사, 위봉사와 위봉산성

기사출력  2004-07-15 15: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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