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상표 판치는 중국

2006. 8. 20. 23:01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2006년 2월 8일 (수) 10:58   매경이코노미

 

우선 오른쪽 사진을 봐주길 바란다.

베이징 번화가인 시단베이다(西單北大) 거리에 있는 대형 쇼핑몰 매장 사진이다. 그 옆으로는 이 회사가 유력 일간지들에 낸 광고다. 어디선가 본 듯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1층에도 입점한 일본 브랜드 ‘無印良品(MUJI, 이하 무지)’다.

그러나 이 매장은 한국에 들어온 무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업체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지의 브랜드를 도용하는 ‘짝퉁 브랜드’다.

매장을 운영하는 곳은 홍콩의 청넝(盛能)유한공사(이하 청넝)로 이 회사는 지난 95년 의류 판매를 목적으로 중국에서 ‘無印良品’과 ‘MUJI’의 상표권을 등록했다.일본과 한국 무지 매장에 많은 생활 잡화가 베이징 매장엔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91년 홍콩에 진출한 무지는 당연히 홍콩에서 상표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중국 본토와 홍콩의 법 체계가 달라서 생긴 틈을 청넝이 파고들어 중국에 상표등록을 했다. 청넝은 ‘짝퉁 브랜드’로 광저우, 베이징 등 중국 전역에서 이미 20여개 점포를 열었다.

엉겁결에 상표를 빼앗긴 무지는 지난 2000년 5월 중국 법원에 청넝의 상표등록을 무효화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5년이 지난 지난해 11월 말에서야 결론이 내려졌다. 중국 정부(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가 무지의 요구를 전면 수용해 청넝이 등록한 상표는 모두 취소됐다.

‘먼저 신청한 사람이 임자’란 식의 중국 정부 방침을 생각하면 무지의 승소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무지 측 대리인인 캉링 변호사는 “상표에 사용된 무(無)자가간체자(약자)를 사용하는 중국에선 쓰지 않는 번체자인 것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한다.

이례적으로 긍정적인 결론이 내려졌다지만 무지의 피해는 심각하다.

무지는 당초 계획보다 5년이나 늦은 지난해 7월에서야 중국 1호점을 상하이에 낼 수 있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 청넝과의 상표권 분쟁 때문이었다. 매장을 열었다지만 무지의 상하이 매장에서는 의류를 팔지 않고 있다. 이미 청넝이 무지 이름으로 의류를 팔아왔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한국과 일본등에서 생활 잡화와 의류가 각각 수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을 생각하면 무지가 겪는 피해의 심각성을 추정해볼 수 있다.

■짝퉁에 밀려 중국 진출 늦춰■

게다가 청넝의 짝퉁 브랜드를 점원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 역시 진품으로 여기고 있다. 고생 끝에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진품이 짝퉁 취급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는셈이다.

사진 속 베이징 매장 점원은 “저희 브랜드는 10년 넘게 영업해 온 토종(중국) 브랜드랍니다”며 자신있게 설명한다. 비교적 일본 문화를 자주 접하는 젊은 층 고객들도 “무인양품(無印良品)은 중국 브랜드다. 일본 브랜드란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대답한다.

무지는 이르면 오는 봄부터 중국에서도 의류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후루타마사노부(古田正信) 전무는 “고객들이 청넝 제품으로 오해할 개연성이 높아 걱정이다”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놓는다. 결국 무지 제품이 중국 시장에 안착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무지 측 예상이다.

중국에서 브랜드 모방 문제는 발생 건수가 너무 많아 고발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해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무지만 하더라도 실제로 중국 정부가 조사에 착수할 때까지 4년이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의 아키바 다카미츠(秋葉隆充) 지적재산권 부부장은 “단순한 제품 복제보다 교묘한 수법의 상표권 침해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점점 상표권 지키기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에어컨으로 한국에도 꽤 알려진 다이킨(大金) 역시 상표권 침해로 인해 몇 년째 시달리고 있다. 상대는 상하이다진(上海大金)유한공사다. 다이킨과 한자가 똑같다. 다진(DaJin)이란 이름은 ‘대금’을 중국어 발음으로 읽은 것에 불과하니 사실상 아무런 차이가 없는 셈이다. 물론 다이킨과는 업무상 아무런 관계도 없는 회사다. 그러나 이 회사는 다이킨 회사 마크인 삼각형까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다진의 회사 홈페이지 초기 화면은 후지산 배경에 일본어를 사용해 마치 다이킨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제품 생산에서도 다이킨관계자의 감시에 걸려들지 않도록 교묘한 방법을 택했다. 다이킨의 주력 상품인 에어컨에는 ‘大金阪本DJBBSH’란 기괴한 브랜드를 사용하고 세탁기, 다리미, TV 등의 제품에는 다진이란 브랜드를 사용하는 식이다.

다이킨이 다진 제품을 발견한 것은 2001년 6월이다. 즉각적으로 대응에 나섰지만 지난 1월 5일에서야 결판을 지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황당한 사건이 수도 없이터졌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02년 10월 다진이 다이킨을 ‘합병했다’는 보도였다.

■악의적인 언론 플레이도■

‘분점이 본점을 사들였다’는 제목과 함께 당시 다진의 다이킨 매수는 지역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물론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보도가 나가게 된 사정은 이렇다. 다진이 오사카시에 있는 ‘일본대금(日本大金)’이란 회사를 사들였다. 다이킨과는 똑같은 한자를 사용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상관도 없고 영업도 하지 않는 회사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무명회사를 사 놓고는 마치 다이킨을 산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이킨은 중국 내 위조 브랜드와 전면전을 선포하고 나섰다. 정부에 소송을 제기하고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또 다진이 다이킨과 아무런 관계도 없음을 강조하는 광고를 지속적으로 제작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 5일 중국 정부는 다진이 다이킨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했다. 또 다이킨(Daikin)과 대금(大金)을 모두 ‘치명(馳名)상표’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치명상표’란 세계적으로 유명한 상표란 의미로 타인의 부정한 상표권 등록을 저지할 수 있는 등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현재 중국 기업 이외에는 맥도날드, 질레트, 페라리 등 총 35개만이 이 지위를 취득했고 일본 업체는 닛산, YKK, 다이킨 3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저명한 상표로 인정된 후에도 상표권 보호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지난 1975년 중국에 진출한 YKK는 현재 YKK 이외에도 YRR, YKY, VIKK 등 약 20가지 브랜드를 모두 등록한 상태다. R은 K와 혼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VI는 세로로 써놓으면 Y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에서다.

닛산 역시 중국어 표기인 ‘니상(尼桑)’ 외에도 비슷한 발음의 한자들을 계속 등록하는 중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03년부터는 전사 차원에서 위조품 적발에 나서고있다. 지난해엔 적발 건수가 200건을 넘어섰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위조업자들이 직원들의 얼굴을 모두 알게 되자 최근엔 아예 전문 조사 회사 7곳과 계약을 맺고 위조품 적발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사용되는 비용만 연간 1억엔에 달한다.

상표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닛케이비즈니스는 발매 전에 전 세계에서 등록을 마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사한 모양, 비슷한 발음 등의 브랜드도 모두등록해야 한다. 또 등록이 끝난 뒤에도 제3자의 신청 유무를 항상 확인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브랜드가 있다면 즉각적으로 신고하고 관계 당국에 조사를 신청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서 여론의 관심을 끄는 방법도 취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