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8. 27. 10:17ㆍ내고향강진의 향기
[전남 별뫼산-가학산-흑석산 산행기]
0 산행일자
2006.6.3 토요일 날씨: 무덥고 약한 박무현상
0 산행지
전남 해남군,강진군 소재 별뫼산(일명 별매산,높이 485m)-가학산(높이 577m)-흑석산(높이650m)
0 산행코스
전남 강진군 성전면 제전마을-전위봉-별뫼산-465봉-가학산3거리-가학산-가래재-휴양림3거리-흑석산-휴양림3거리-가학산휴양림(약 10km)
0 산행 소요시간
7시간(09:43-16:45)
0 산행 함께 한 사람
아내와 둘이서
0 산행기
날씨는 점점 무더워지지만 나를 유혹하는 수많은 산의 손짓은 더욱 거세여 어서 오란다.
오늘은 전남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나 그외 관심있는 산꾼들이 3개의 산을 시리즈로 훑어 볼 수 있는 해남군과 강진군의 별뫼산-가학산-흑석산을 올라 본다.
전주에서 부지런떨어 정각 7시 출발 호남고속도로-국도를 이용 등산 초입지인 강진군 성전면 월평리 제전마을 버스승강장에 도착하니 9시반이 되었다.
몇 세대 되지않아 평화스러운 마을 주변 들녁은 모내기를 막 끝내고 한창 끝마무리를 하기 위해 더위에 아랑곳 하지 않는 농민들의 바쁜 손길을 읽어 낼수 있다.
마을 진입로에 주차시킨 후 주변을 살펴 보아도 인적은 없고 등산 리본하나 보이지 않아 길을 묻기 위해 세 집이나 들어가 보았는데 대문만 훤히 열린채 보이는 이 하나없다.
역시 지금의 농촌은 농번기인가 보다.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제전마을의 무사안위를 지켜오는 수호신인듯 마을 바로 뒤에 낙타등처럼 우뚝 서 있는 바위봉우리 전위봉쪽으로 나 있는 비포장 농로를 따라 산객들이 메달아 놓은 리본을 반갑게 맞이 하며 우린 서서히 산의 품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다.
20여분의 그늘 숲길을 오르니 주차장에서 바라 보았던 전위봉의 또렷한 모습이 바로 발아래와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밀가루 반죽을 아무렇게나 주물러 채곡채곡 쌓아 놓은 듯 세월의 인고에 닳고 닳아진 바위들이 무수한 풍파를 이겨내고 함께 어우러져 보는이로 하여금 기분을 상쾌한 기분을 자아낸다.
전위봉 정상에서는 오늘 우리가 가야 할 별뫼산만이 눈 앞에 보일뿐 가학산과 흑석산은 숲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전위봉에서 이어지는 숲속 능선과 기암을 오르내리는 로프구간을 거쳐 별뫼산 정상에 오르니 역시 서너평 남짓한 넓이에 나무들이 빼곡하여 주변 조망은 불량하고 그나마 힘들어 찾는이들에게 '별뫼산'이라고 인쇄하여 코팅한 종이 한장만이 나뭇가지에 덩그러니 걸려져 우리를 반기고 있다.
잠시 더 걸어 시야가 탁 트인 나무사이로 우뚝 서 있는 쇠뿔모양의 가학산이 보이고 그 뒤로는 T자형 능선 우측으로는 흑석산이 넘겨다 보인다.
가학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소나무를 제외한 잡다한 나무숲 능선의 좁다란 등산로 나뭇가지가에 살갖이 맞 닿으며 십리길이나 지루할 정도로 이어져 있다.
사람들이 찾지 않은 탓인지 등산로는 거미줄이 쳐 있어 땀에 젖은 얼굴에 늘어 붙어 귀찮게 하지만 간혹 벌겋게 익은 산딸기를 따 먹는 재미 또한 솔솔하다.
한시간을 훨씬 넘게 발걸음은 계속되어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기묘한 바위들이 늘어 서 있는 465봉우리 3거리에 도착하였다.
우측으로는 학계리마을 방면에서 올라오는 길인듯 희미한 길이 나 있다.
리본이 많이 달린 가학산 방향의 좌측 등산로를 따라 안부쪽으로 내려 오는중에 평판한 그늘을 찾아 늦은 점심을 먹었다.
힘을 다지고 짐을 챙겨 바로 눈 앞을 가리고 있는 가학산으로 걸음을 재촉하는데 계속하여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내리막길이 계속되면 그만큼 오르는데 힘이 더 드는것,결국 맨 아래에서부터 다시 오르는 꼴이 되는 것이다.
6월3일 내리쬐는 초여름의 따가운 햇볕을 맞으며 40년전 오늘이 문득 떠 오른다.
군대를 가기위해 논산훈련소에 입소한 날 1976년6월3일
빨간 모자를 깊게 눌러 쓴 인상 험한 구릿빛 조교의 카랑카랑한 구령아래 푸석푸석 가뭄 먼지로 뒤 덮인 연병장 뙤약볕 속에서 군기 잡는다며 막 군복으로 갈아 입혀 놓고 뒤로 취침 앞으로 취침,좌로 굴러 우로 굴러,선착순 구보등 온갖 낮선 기합을 받으며 땀으로 목욕을 하던 그날과 오늘의 땀을 비교 해 본다.
이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건만..
가학산 정상을 100m 눈 앞에 두고 가학산기도원으로 향하는 3거리 이정표를 만났다.
잠시 땀을 닦고 가파르게 올라가는 가학산을 향한다.
100m 거리라고 적혀 있지만 힘이 드는 거센 오름길이다.
정상에 이를 무렵부터는 바위사이에 연결된 로프를 잡고 올라야 할 정도로 위험구간이다.
드디어 산행 4시간반만에 들뜬 성취감으로 가학산 정상에 올랐다.
멀리서 가학산을 바라보았을 때에는 야생마의 한쪽 귀처럼 우뚝 서 있는 웅장한 모습으로 보였건만 막상 정상에 올라와 보니 그 모습은 간데 없을 뿐만 아니라 가학산 정상이라는 표시하나 없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다만 온통 연녹색 부드러운 천으로 살포시 뒤덮은 계곡과 능선위를 내 양 어깨에 날개를 달아 원없이 날고 싶을 뿐이다.
직선으로 나 있는 능선을 따라서 우측으로 보이는 흑석산을 바라본다.
흑석산 정상에는 기울어가는 태양의 그림자로 검게 드리워진 두사람의 모습이 눈에 띄는데 오늘 산행중 먼발치에서나마 첫 만남이었다.
30여분을 더 걸어 가래재3거리 이정표에 도착하니 좌측으로 가학봉처럼 바위봉인 호미동산이 오똑이모양으로 서 있지만 우측으로 올라가는 흑석산은 숲속 작은 봉우리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가래재 전망 좋은 곳에서 처음으로 카메라 삼각대를 세워 놓고 호미동산쪽의 멋들어진 배경으로 아내와 기념사진을 찍는데 바로 아래 바위사면에 흑염소 2마리가 서 있다는 아내의 말에 눈길을 돌리니 역시나.. 아마 인근 사육농장 울타리를 벗어나 야생이 되어버린 자유의 염소몸들인가 싶다.
이곳 흑석산 주변에는 가학산휴양림에서 뛰쳐나온 원숭이 한마리가 간혹 등산객들의 케메라에 잡히곤 한다는데 오늘 우리에게는 원숭이 대신 염소가 눈에 포착되었나 보다.
산행 5시간반만에 흑석산 정상에 이르렀다.
명칭은 흑석산인데 난데없는'깃대봉'이라는 대리석으로 만든 표지석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분명 흑석산인데 왜 깃대봉이라고 새겼을까.
한쪽 귀퉁이 나뭇가지에는 역시 흑석산이라 쓰여져 있는 코팅종이가 바람결에 흔들거리고 있지만 여간하여 궁금증은 풀리지 않는다.
이곳 흑석산 정상에 오기까지 우리 부부가 하루종일 걸었던 등산길을 되돌아 본다.
별뫼산 부근에서는 희미하게나마 장엄한 월출산의 뒷 모습도 보였건만 여기서는 박무현상으로 인하여 아예 오전에 걸었던 별뫼산 일대마저 아련하게 보일뿐이다.
많이 걸었고 또한 멀리 떨어져 있음을 느낀다.
흑석산 정상에 다시 200여m를 되돌아 와 1.5km 떨어진 가학산 자연휴양림을 향하여 하산길을 택하였다.
급하게 내려오는 하산길 발걸음은 시간상으로 점점 힘이 없어질 시기이다.
하산하여 승용차를 세워 놓았던 곳으로 가기 위해 해남 개인택시 전화번호를 114로 물으려니 통화 불능지역이다.
휴양림에 도착하여 통화가 가능하여 택시가 도착하기까지 10여분의 여유로 차갑게 느껴지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몸을 씻고 옷도 갈아 입으니 그 상쾌함을 그 무엇과 비교 할수 있단 말인가.
만오천원의 택시(011-643-0025)요금으로 차를 회수 목포-서해안고속도로를 경유하여 집에 도착하니 8시가 다 되는 저녁시간이 되어 있었다.
먼 길 떠난 긴 산행 오늘도 내 인생에 먼 훗날 나만이 꺼내 볼 수 있는 멋진 그림 한장을 또 그려냈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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