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폴 발레리 바람 부는 사월도 곧 작별이겠지요. 추웠다가 약간은 더웠다가 변덕스러운 바람. 그 바람 속에서 온 천지가 꽃을 피우고 환합니다. 화사한 바깥처럼 나도 나만의 움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살아남아야겠습니다. 힘내십시오. 행복하시고 ..
다행이야 일인가구가 많아진 요즈음, 혼자 밥 먹을 장소가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불편하다고 합니다. 집에서는 말 상대가 없어 티브이를 켜놓거나 홀로 중얼거린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며칠 전, 뒤통수만 보이는 남자는 홀로 식탁에서 연신 중얼거렸습니다. 식당 주인 말로는 네 시간..
깊이가 깊이를 알아본다 산자락이 여강에 내려앉아 입술을 만들었다 독사 스무 마리쯤 길들이는 마음으로 입을 꼭 다물고 있다 낚싯줄을 더 내린다 말을 얻기까지 - 고영민, 시 '깊이' 말없는 산그림자. 그 그림자를 품은 채 더 깊이 속을 드러내지 않는 강. 그 속을 알기까지, 내가 키워야..
저질렀다는 것은 저 구두를 살 수 있지만 내핍을 위한 거라면 저 반지를 살 수 있지만 욕구를 줄이는 것이라면 서러움이 아니다 저 구두를 샀기에 밥 먹을 수 없는 것이었을 때 저 소꿉놀이 장난감을 샀기에 사과를 먹을 수 없는 것이었을 때 저질렀다 한다 저질렀다는 것은 머루 같은 자..
감쪽같이 파문을 지울 수 있다면 나는 작은 몸짓에도 빠르게 반응해 당신이 터치하는 순간, 감정에 주파수를 맞추지 떨림으로 중심은 흐려지고 둥근 물무늬는 가장자리를 향해 번져가지 절정의 순간도 기억하지 못하는 일회용이야 나는 또 새로운 파장으로 문신을 새기고 똑 같은 표정..
쓸데없이 버려지는 시간을 활용하라 위대한 사람이 단번에 높은 곳에 뛰어 오른 것은 아니다. 동료들이 단잠을 잘 때 그는 깨어서 일에 몰두했던 것, 인생의 묘미는 자고 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씩 나아가는데 있다. 무덤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자고 쉴 수 있다. 자고 쉬는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