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車 위협하는 中 ‘짝퉁차'] 上 현지 유통상가·공장 르포

2007. 3. 6. 16:56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한국車 위협하는 中 ‘짝퉁차'] 上 현지 유통상가·공장 르포



중국 베이징 공상행정관리국 공안이 지난해 10월31일 베이징 서교부품상가(西郊汽配城)내 8개 자동차부품상을 단속해 창고에서 불법 짝퉁부품들을 압수하고 있다. 이날 압수된 부품은 브레이크패드 등 100여 품목 2.5t 9대 분량이었다./베이징현대모비스 법인 제공
한국차를 그대로 베낀 중국차가 범람하고 있다. 겉(디자인)은 물론 속(부품)까지 베낀 차가 즐비하다. 과거에는 위조가 쉬운 브레이크 패드 및 필터류를 중심으로 짝퉁 부품이 만들어졌으나 이젠 거의 모든 부품이 복제되는 실정이다. 중국 짝퉁 자동차 현장을 2회에 걸쳐 살펴본다. 27일 자동차부품 판매가 이뤄지는 베이징의 서교상가. 내달 3일 열리는 전국인민대표회의를 코 앞에 두고 있어 짝퉁상품판매 등 불법행위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고 있었다. 대부분 상가들은 춘제(春節) 연휴를 이유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한 부품 상인은 “지난해 10월 이곳에서 20t의 복제부품 판매가 적발된 뒤 다들 몸 사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3월15일 소비자의 날이 지나면 다시 저렴한 부품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가격은 절반 수준이지만 성능은 정품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베이징 오방교와 서교상가에서 유통되는 자동차 부품의 40%는 짝퉁이지만 정확한 숫자는 추산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라며 “분기별로 한번 단속을 하는데 중국 공안과 함께 가지 않으면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짝퉁 부품으로 인한 우리 업체의 피해사례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중국 현지에서 적발된 짝퉁 부품 제조·판매 현장만 8차례. 연간 피해액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짝퉁 부품이 중국 내수시장뿐 아니라 해외 수출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 기준으로 560억원 이상의 자동차 부품이 한국으로 수입돼 이중 80% 이상이 다시 해외로 재수출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자동차 부품 중 20~30%가량이 품질 기준에 미달되는 유사품 등 가짜 부품들로 추정되고 있다.

위조기술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핵심 부품은 물론 홀로그램 검사필증까지 척척 위조해내는 수준이다. 2004년 5월 경기 남양주에서 적발된 가짜 검사필증이 붙은 저질 브레이크 패드는 일반 소비자들이 봐선 쉽게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지난해 6월 현대차측이 유통되고 있는 가짜 자동차 부품을 확인한 결과 중국업자가 만든 가짜 모비스 부품은 클러치류, 브레이크 패드, 쇼크업소버 등 자동차 안전에 직결되는 부품도 허다했다. 중국업자는 60여종 10t을 제작해 모비스 상표를 붙여 팔아왔고 ‘현대·기아차 순정부품’이라고 속여 표기했다.

중국에서 짝퉁 부품이 판치는 이유는 표절·복제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장 크지만 중국 정부의 ‘완성차 중시, 부품 홀시’ 정책도 한 몫하고 있다.

중국의 부품업계는 영세·분산·소규모라는 3중고를 겪고 있다. 순수 중국자본으로 설립된 기업은 전체 부품생산업체의 83%를 차지하나 사별 연간 매출액은 73억여원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한 상황이다. 업체들로서는 생존을 위해 짝퉁 부품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관세청 서울세관에서 열린 ‘진짜·가짜 상품 전시회’에 전시된 짝퉁 부품들은 외관의 정교함에 있어서 진품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오일필터류, 안개등, 리어콤비램프, 백미러 등의 경우 비전문가는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성능은 순정 제품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실험 결과, 순정 범퍼는 3.3t의 압축강도를 견뎌냈지만 짝퉁 부품은 1.5t에서 깨졌다. 인장 강도도 순정 부품이 160%까지 늘어난 데 비해 짝퉁 부품은 45% 수준이었다.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짝퉁 타이밍벨트와 순정품의 인장강도를 비교 시험한 결과, 순정부품은 약 654kgf(정격하중)까지 버텼다. 하지만 짝퉁 벨트는 그 절반인 360kgf에서 끊어졌다. 브레이크 패드의 경우 순정부품은 2.9t의 하중을 견뎠지만, 짝퉁 부품은 1.9t을 견디지 못했다.

피해사례가 급증하면서 우리 업체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창립된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는 해외에서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짝퉁 제조업체에 대한 법적 대응을 포함, 다양한 대응책을 모색중이다.

2002년 중국에 진출해 현재 7개의 모듈공장과 3개의 AS물류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모비스는 2003년 매출액 2억600만달러에서 2004년 9억5000만달러, 지난해에는 16억5000만달러까지 오르는 등 급신장하고 있지만 짝퉁 부품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베이징모비스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짝퉁 단속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며 “우리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진수기자 soo4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