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브뤼셀(벨기에)=김익태기자][EU, '생소한' 공연보상청구·추급권 수용 압박]
# 상당량의 음반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 시내의 한 호프집. 맥주 한잔 하며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언제든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들을 수 있어 단골도 많다. 음악은 이 업소의 중요한 마케팅 전략의 하나다.
주인 A씨는 앞으로 음악을 트는 대가로 작사나가 작곡가 뿐 아니라 노래를 부른 가수, 음반제작자에게도 로열티를 지급해야 할지 모른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EU 측이 요구하고 있는 '공연보상청구권'이 도입됐을 때 얘기다.
예상했던대로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EU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우리에게는 낯설은 '공연보상청구권'과 '추급권'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보호 제도로 이만한게 없다고 작정한 듯 하다.
'공연보상청구권'은 음식점·카페·선술집 등 공공장소에서 음반 등을 틀 경우 작사·작곡가(저작권자) 뿐 아니라 실연자(가수)·음반제작자에게도 보상을 해주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백화점, 기내, 노래방, 시행령상 규정된 유흥음식점 등 규모가 큰 곳에서 음악을 틀 경우에 한해 저작권자에게만 보상하도록 하고 있다.
EU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A씨와 같은 영세업자들에게 심각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협상단 역시 이를 우려해 도입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EU는 다르다. "굉장히 중요한 저작권 보호 수단"이라며 강공을 펼치고 있어 향후 협상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 1년 전 미술 경매시장에서 유럽 화가 그림을 한점 구입했던 B씨. 그는 해당 그림을 다시 경매 시장에 내놓아 적잖은 이익을 남겼다. B씨 역시 EU가 주장하는 '추급권'이 받아들여지면 차액 중 일부를 저작권자에게 나눠줘야 한다.
'추급권'은 1886년 체결된 '문학 및 미술 저작물 보호에 관한 국제협정(베른협약)'에 근거한다. 2001년 미술작품이 경매로 팔릴 때 이익의 일정액을 저작권자에게 나눠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이 권리는 경매장·미술관 등 전문 중개상을 통할 경우에만 해당된다. 개인간 직접적인 판매 또는 개인이 공공미술관에 판매할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현재 EU 27개 회원국에서는 작품가격이 5만유로 이하일 때는 판매 가격의 4% △5만~20만유로는 3% △20만~35만유로는 1% △35만~50만유로는 0.5% △50만유로 이상은 판매 가격의 0.25%를 저작권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총 로열티가 1만2500유로 이상을 초과할 수 없고, 3000유로 이하인 작품은 추급권을 면제해주고 있다.
추급권은 EU와 미국 캘로포니아에서 실시되고 있다. 그만큼 전세계적으로도 생소한 제도지만, EU는 우리 뿐 아니라 앞으로 이뤄질 FTA에서도 이를 관철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한-EU 협정문에 추급권이 포함되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 경매시장에 큰 악재가 될 전망이다.
남영숙 규제이슈 분과장은 "국내 이해단체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아직 우리 미술시장이 형성되는 단계여서 미술시장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EU측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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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벨기에)=김익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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