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대목 노린 면세점 '명품세일'…알고보니 '불량품 떨이'

여름 휴가철과 맞물린 최근의 해외여행 붐으로 명품 구입에 나서는 면세점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가격할인 행사에 현혹되거나 일시적인 충동구매로 낭패를 보는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휴가철을 맞아 가족과 함께 태국을 다녀온 부산시 북구 김 모(43) 주부는 현지 면세점에서 실시한 명품시계 50% 할인 행사에 눈이 번쩍 띄었다.

매장에는 이미 많은 여행객으로 북새통을 이뤘고,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조급함 때문에 부모님 선물용으로 시계 2개를 구입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포장을 풀어본 김 씨는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구입한 시계 중 하나는 명품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심한 흠집이 나 있고, 초침은 아예 움직이지 않는 것.

김 씨는 교환은커녕 수리만 받자는 생각으로 백화점 해당 브랜드 매장을 찾아 다녔지만 제품 보증서나 고유 번호가 찍혀 있지 않은 제품이어서 수리를 해 줄 수는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김 씨는 "너도나도 먼저 좋은 제품 사려고 혼잡한 상황에서 구입 보증서 달라는 말을 할 생각조차 못했다. 보통 시계 케이스에 들어있는데,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아예 없었다. 황당할 따름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김 씨는 인근 귀금속점에서 12만 원 상당의 수리비를 내고서야 시계소동을 마무리 지었다.

방학을 이용해 한 달간 유럽여행을 다녀온 박 모(26) 양도 출국 당시 국내 면세점에서 60% 할인가로 구입한 가방 때문에 낭패를 봤다.

구입하고 나서 한 두 번 사용했을 뿐인데도 가방 귀퉁이가 변색됐지만 귀국 후 국내 매장에서 교환할 수 없었던 것.

해당 매장은 "구입한 지 한 달 가량의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소비자 과실로 판정할 수 없다며 가방 세탁을 원하면 따로 5만 원 상당의 비용을 내라"는 답변을 들었다.

억울한 박양은 YWCA 소비자보호단체에 과실 여부 심의를 의뢰했지만, 본인 과실이라는 결론만 얻었다.

해외여행과 해외쇼핑 붐으로 뜨거운 요즘, 이처럼 국내외 유명 면세점에서 할인된 명품을 구입했다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부산 YWCA나 대한주부클럽 부산지회 등 각 소비자 단체에는 구입한 명품의 하자를 호소하는 상담전화가 하루 평균 10여 건 씩 걸려오고 있다.

하지만, AS 센터나 전문적인 제품 감정 인력이 없는 지방의 여건 때문에 지역 소비자들은 대부분은 제품 결함을 인정받기 어려워 보상은커녕 수리를 받기도 쉽지 않다.

구입처가 해외 면세점일 경우, 여기에 제품 보증서를 슬그머니 뺀 하자품을 구입한 경우라면 아예 피해를 호소하기 조차 불가능하다.

때문에 명품 가격할인에 현혹해 충동구매에 나서기보다 꼭 필요한 지, 제품 상태는 어떤 지를 꼼꼼히 따져 보고 반드시 품질 보증서 챙기는 기본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노컷뉴스-200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