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등산화·의류 짝퉁 활개

전문직에 종사하는 직장인 조모씨(44·인천시 부평동)는 얼마 전 인근 할인매장에서 국내 유명 브랜드 등산화 케이투(K2)를 구입해 신고 선후배와 등산길에 올랐다가 ‘쑥스러움이 동반된 낭패감’을 맛봐야 했다. 다름 아닌 자신의 신발이 유사상표, 속칭 짝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조씨는 신발을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만큼 설마 짝퉁일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최근 등산·스포츠·레저 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유명 브랜드를 비슷하게 만든 유사 브랜드가 우후죽순처럼 활개를 치고 있다. 이런 짝퉁은 거리 노점이나 쇼핑몰 수준에서 벗어나 대형 마트에까지 진출하고 있으며, 아예 버젓이 전문매장을 꾸며놓고 정품보다 싼 가격에 세일을 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유사 브랜드는 브랜드 인지도가 소비자에게 정확히 각인되지 않은 회사 제품을 대상으로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26일 등산업계 등에 따르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발과 의류, 배낭, 용품 등 K2유사상표만 해도 40~50개가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전국에 최소한 50개 이상의 임시매장에서 짝퉁이 판매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롯데슈퍼(광주)와 홈플러스(부산)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K2유사상표 제품을 판매해 물의를 빚은 것을 비롯해 홈쇼핑, 거리 가판대, 등산용품 할인매장 등에서 무차별 판매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유사상표는 고딕체 K2를 기울여 쓰는 등 변형하거나 K－2, KOR K－2, K2등산화 등 오리지널 브랜드에 문자나 도형을 교묘하게 갖다 붙여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K2 측은 유사상품 제작업체에 대한 상표관련 이의신청 및 무효소송을 제기하지만 이들 짝퉁은 교묘한 수법으로 변종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은 아예 당당하게 신문광고까지 하기도 한다. K2에 대한 다수의 유사 상표를 갖고 있는 케이투스포츠 협력업체들은 “K2에서 짝퉁이라고 말하는 제품들은 엄연히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라고 신문광고를 하는 등 공개적으로 반론을 펴고 있다.

정부도 가짜제품 유통에 대한 조사를 벌이는 등 감시와 단속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관세청이 지난 4월16일부터 7월24일까지 100일간 위조상품 특별 집중단속을 실시해 320건, 1447억원 상당의 위조제품을 적발했지만 짝퉁을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

K2 본사 정용재 팀장은 “길거리나 지하철 역 등에 임시매장을 열어 ‘70~80% 폭탄세일’ 등으로 2~3일간 영업을 하고 빠지기 때문에 행정기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 유사상표로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예 자구책을 만들어 운영하는 회사도 있다. 외국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페이스는 올해 말까지 유사 제품 및 불법제조업체를 신고하면 최고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산악동호회를 운영하는 박모씨(48·서울 양평동)는 “등산 초보자 중에는 유명 브랜드를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에 혹해서 K3라는 제품에도 속아 물건을 구입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면서 “특히 등산은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하는 만큼 일부 검증이 안 된 유사상표에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훈 케이투코리아 대표는 “앞으로 소비자가 유사상표를 구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로 유사상표의 교묘한 속임수에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회사는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신문지상 등에 짝퉁과 오리지널을 구분할 수 있는 광고를 계속 게재하고 있다.

〈박효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