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패션쇼, 오늘 모조품…

2007. 9. 7. 09:02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의류업체들, 패션쇼 의상 촬영해 인터넷 전송 현지 공장에서 사진 보고 비슷한 옷 만들어


인도 출신 패션사업가인 시마 아난드(Anand) ‘시모니아 패션’ 대표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에 꼬박꼬박 참석한다. 그가 유명 디자이너의 새 의상을 촬영해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리면, 인도 현지 공장에서 사진을 보고 비슷한 옷을 만든다. 진품보다 몇 달 빨리 매장에 나오고, 많게는 10배 정도 값도 싸다. 시모니아 패션의 뉴욕 매장은 작년 한 해 매출 2000만 달러(약 180억원)를 올렸다. 똑같이 만들지는 않기 때문에, ‘짝퉁’은 아니다.미국 패션업계가 이런 ‘디자인 모조품(knockoff)’ 논쟁으로 뜨겁다고 뉴욕타임스가 4일 보도했다. 수백개 업체가 시모니아 패션과 같은 전략으로 ‘포레버 21’ ‘램피지’ 등 패션 할인매장과 메이시, 블루밍데일 등 유명 백화점에 옷을 납품한다.
 

◀ 올해 봄·여름 컬렉션에서 공개된 베르사체의 1685달러(약 158만원)짜리 드레스〈왼쪽〉와 소규모 업 체가 이를 비슷하게 모방한 130달러(약 12만원)짜리 드레스. /출처 뉴욕타임스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 발달이 모조품 생산에 날개를 달았다. 업체들은 인터넷으로 새 디자인을 실시간 공유하고,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모방할 수 있는 전용 프로그램도 쓴다. 소비자들이 최신 디자인을 더 빨리 입어보고 싶어하는 것도 모조품 생산을 부채질한다.미 의류시장의 매출액은 약 1810억달러. 이 중 모조품 판매가 약 5%(약 90억 달러)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미 패션디자이너협의회(CFDA)는 디자인을 베낀 모조품도 불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엔 미 상원의원 9명이 관련 법안도 발의했다.하지만 아난드는 “디자인을 충분히 바꾸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며 “시장 요구에 맞춰 대다수 소비자, 특히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이를 위한 옷을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디자인을 베낀 것인지, 혹은 영감을 받아 ‘재창조’한 것인지 구분도 쉽지 않다. 한 쇼핑객? ?“똑같아 보이는 청바지가 할인매장에선 30달러인데, 왜 300달러를 주고 진품을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조선일보 2007-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