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개구리 소리도 들을 탓이다

2008. 4. 14. 10:32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미국 TV드라마 ‘섹스 & 더 시티’에서 킴 캐트럴(52)은 명품 에르메스의 켈리백이 몹시 탐났다. 맞돈을 줘도 당장 손에 쥘 수 없는 희귀품이었다. 마침 자신이 홍보대행 중인 할리우드 배우 루시 리우(40)가 떠올랐다. 자기가 리우라고 속이고 켈리백 구입희망자 대기 리스트 윗줄에 이름을 걸 수 있었다.


21세기 들어 우리나라에도 명품 바람이 불어닥쳤다. 처음에는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다. 최저가 명품백 값이 100만원이니 아무나 구매할 수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아니다. 욕심만 살아 있다면 ‘88만원 세대’라도 명품 한 두 개를 소유할 수 있다. 신용카드 할부 덕 혹은 탓이다.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아도, 고소득 직업이 못돼도 무방하다. 그들에게는 카드가 있다.


최대 30%까지 바겐세일하는 구치, 페라가모, 프라다에서는 어느덧 명품 냄새가 빠지기에 이르렀다. 매스티지, 즉 대중적 명품 이미지로 굳었다. 깎아주지 않는 루이뷔통, 에르메스, 샤넬 쯤이 그나마 명품의 콧대를 지키고 있는 판도다.


고개만 들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온갖 명품이다. 개중에는 ‘짝퉁’도 허다하다. 위제를 굳이 진품인 척 하지도 않는다. 비겁한 소비에 위축되지 않는 이들이다. 당당히 가짜명품을 들고 다니며 제 값 다 낸 특권 명품족의 물신주의를 가볍게 조롱하기도 한다. 공범의식을 공유, 유희한다.


와중에 페이크의 영역은 확장일로다. 대개 가방류로 집중됐던 조짜가 옷으로까지 번졌다. 디자인만 베끼더니 아예 정짜와 똑같은 의류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누구나 어쨌든 명품에 접근하는 현실이 진짬명품 향유층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명품상표를 이것저것 모아놓고 호객하는 편집매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특명품 남녀가 늘었다. ‘일반인’들이 낯설어 하는 명품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러다 바보가 되기도 한다. 8만~20만원짜리 국산 손목시계를 스위스제 명품으로 둔갑시켜 1억원을 부른 사건이 상징적이다. 이런 식으로 대동강 물을 팔아먹는 봉이 김선달은 계속 출현할 수 있다. 연예인 동원, VIP 초청파티 따위로 바람만 잘 잡으면 ‘듣보잡’도 명품의 반열에 올라서는 구조를 얼마든지 역이용 가능하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지의 ‘전통’ 있는 가내수공업 업체를 찾아내 물건을 떼어다 마케팅만 잘 벌이면 된다. 신종 명품탄생은 초읽기다. 틀림없는 외제인 데다 전통은 명성과 별개이므로 사기죄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부분도 없다.


명품 권하는 사회는 절대부분 미디어 탓이다. 특히 일간지의 영향이 크다. 명품 소개와 광고는 그런 것 하라고 있는 ‘전문’ 월간지 몫이었다. 이후 면수가 늘면서 콘텐츠 부족에 허덕이게 된 일간신문들이 명품 알리기에 동참했다.


정보제공일 뿐 소비조장이 아니라고 스스로 채비한 다음부터는 꺼림칙하지도 않다. 보여준다고 구입하는 자가 몇이나 되랴는 자위도 보태졌다.


한 때는 외제차나 해외 여행상품 쪽은 쳐다보지도 않던 시각이 슬그머니 업자의 눈높이와 같아졌다. 골프와 스키가 매스컴에서만 대중스포츠인 이유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앞서 ‘섹스 & 더 시티’의 세라 제시카 파커(43)는 갈망하던 명품을 매우 쉽게, 게다가 헐값으로 움켜잡았다. 순간 그녀의 눈앞에서 해당 명품의 후광은 빛을 잃어버렸다. 물욕의 끝은 허무다.


일본어에서 음차한 ‘명품’을 본뜻 그대로 옮김직 하다. ‘럭셔리 굿’, 즉 사치품이다. 호화용품보다는 걸작이라고 해야 상인이나 사는 이나 두루 흡족하다는 심리에 편승, 정착한 부정직한 용어가 명품이다.




                                                                                                                      [뉴시스-2008.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