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와 상표

[김명신 변리사 ]  바야흐로 21세기는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가장 부각되고 있는 동시에 그 보호 또한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식재산 중에서도 상호와 상표는 상호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 그 가치에 우열을 가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상표의 보호보다 상호의 보호가 미흡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Paris Convention을 위시한 수많은 지식재산에 관한 국제협약이나 조약에서는 상호와 상표 모두 그 보호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 어느 것의 중요성만을 강조하고 있지는 않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해서 지구촌이 일일생활권으로 급속하게 변화해 가고 있는 실정에서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교역에 있어서 사실상 상호와 상표의 구별의 실익이 점차 감소해 가고 있는 추세라고 볼 수 있다.

상표를 상호화 한다든가 상호를 상표화 한다든가 하는 현상, 상표나 상호 모두 사실상 상품출처나 상품품질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사실, 미등록저명상표나 미등기저명상호도 보호하고 있는 현실 등을 고려해 볼때, 이제는 더 이상 상표와 상호를 구별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다른 법률의 다른 기준에 따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이를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상호등기에 관한 규정이 있는 상법규정은 기본적으로 일본상법과 대동소이하고 이는 다시 독일상법을 위시한 대륙법체계의 상법을 모델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대륙법체계의 상법의 기본 틀은 수백년된 것으로서, 특히 상호에 관한 규정들은 현대사회의 경제활동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규정들은 산업혁명이후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서, 디지털시대의 정보혁명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대의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상호는 각 행정지역단위로 등기하도록 되어 있어, 지역이 다르면 동일 내지 유사한 상호가 등기될 수 있는 실정이다.

또한 동일행정지역 내에서의 유사상호의 심사기준이 그다지 엄격하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하여 특허청의 상표심사기준에 따르면 유사하다고 판단될 상호도 상호등기 시에는 조금만 다르면 모두 등기가 되어 결국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혼동이 야기되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상표권자와 상호권자가 각각 다름으로써 야기되는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한편 상인의 명칭인 상호는 상법이 보호하고 있는 반면에, 상품의 명칭인 상표나 서비스업의 명칭인 서비스표는 상표법이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상표법은 동일·유사상품에 있어서 사용할 상표와 기존 등록상표와의 심사가 엄격할 뿐만 아니라 그 등록효과가 전국적으로 미치고 있다.

상호제도와 상표제도의 결점을 보완하기 위해 원래는 상호이나 이를 상표법에 따라 보호하고자하는 소위 상호상표제도마저 출현되고 있는 실정이고, 상법과 상표법으로 보호하기 어려운 사건을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볼 때, 이제 더 이상 상호등기제도를 교통과 통신이 발달되지 못했던 수백년전의 시대상황에서 탈피하여 현대적인 사업활동을 고려한 제도로 상호등기제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여기에 감히 몇 가지 상호등기제도에 관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로, 기존 등기된 상호는 그대로 두더라도 향후 신규로 등기되는 상호는 각 행정지역단위가 아닌 중앙등기소에서 심사해 등기하도록 한다.

둘째로, 등기상호의 효력을 전국적으로 미치도록 한다.

셋째로, 상호등기전에 상표와 같이 일정한 기간동안 이의신청을 받아 공중심사를 하여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넷째로, 상호심사기준을 마련할 때에 상표의 유사판단에 관한 상표심사기준의 취지를 참고로 한다.

다섯째로, 장기간 불사용된 등기상호를 말소시키기 위해 등기상호의 갱신제도를 도입한다.

이상과 같은 제안내용을 상호등기제도에 반영한다면, 상호등기제도의 효율성을 제고함은 물론이고 현재의 시대적상황과 경제활동에 걸맞는 상호보호제도를 확립할 수 있다고 사료되는 바, 관련기관이나 학회등에서 이제는 한번쯤 진지하게 검토해 볼 것을 권고하는 바이다. 

[법률신문 2008-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