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입르포-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짝퉁’
2008. 9. 2. 10:21ㆍ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잠입르포-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짝퉁’
헤이맨뉴스
2008.08.08 03:03:59
몇 일 전에는 짝퉁의 천국, 중국에서 밀반입 된 물건들 중 가짜 한국산 담배도 적발되어 중국의 짝퉁 제품에 대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중국산 짝퉁이 활개를 치는데 있어서 그 원인제공은 한국 사람들의 무조건 ‘싼’ 제품들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산 담배마저 깜쪽같이 베껴버리는 중국 짝퉁 시장과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여러 가지 짝퉁 제품들을 파헤쳐 본다.
진짜보다 더 진짜같이 한국 상품들을 베낀 중국산 짝퉁들이 쏟아지고 있다. 예전만 해도 중국산 짝퉁은 의류나 신발, 조잡한 완구류들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들을 벗어나 첨단제품과 소프트웨어 분야까지 넘보는 실정이다.
한국 상품의 선호도가 높아지자 제 3국에서 중국산 짝퉁들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한국 상품을 그대로 베낀 중국산 MP3가 국내에까지 수입돼 온라인 장터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다.
상표까지 국산 대림오토바이를 ‘다림(DARIM)'으로 흉내 낸 중국산 짝퉁 오토바이는 국내시장을 20%나 잠식을 했다고 한다. 중국의 짝퉁 공세는 이제 그 도를 넘어선 것 같아 보인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산 자동차 부품을 위조해 동남아, 중동 지역까지 유통시키고 있다.
일부 모조품은 국내에서 수입된 뒤 한국산 정품으로 둔갑해 수출되기도 한다. 이들 짝퉁 부품은 품질이 크게 떨어져 한국산 제품의 안전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한류 열풍을 타고 CD나 DVD, 온라인 게임도 중국산 짝퉁이 활개를 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인 '카트라이더'를 베낀 중국산 '카트레이서'란 짝퉁이 거꾸로 한국에 서비스 할 채비를 갖출 정도다.
■ 짝퉁과의 전면전, 세관에서 적발되는 것은 빙산의 일각
한편 지난 7월 중순에는 아시아 국가에서 국내로 수입되는 의류, 신발, 가방, 시계, 운동용품 등 5개 품목에 대해 하루 동안 100% 전량 세관 검사가 행해졌다.
이에 대해 신문과 방송들은 ‘짝퉁과의 전면전’이 벌어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전량 세관 검사’는 말 그대로 수입되는 물건을 하나하나 뜯어서 검사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 같은 전량 검사는 매우 드문 일이어서 관세청 직원들은 가물에 나는 콩이라고 비유하고, 업자들 사이에서도 ‘진짜 재수 없는 일’로 통할 정도다.
검사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하루동안 22건의 상표권 위반 상품, 이른바 ‘짝퉁’이 적발됐다. 평소보다 45% 늘어난 건수다. 물밀듯 들어오는 가짜 상품에 관세청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관세청이 2004년 한 해 동안 적발한 가짜 상품은 2,100억원(정상상품 판매가 기준).
그 중 1월에서 5월까지 5개월 동안 적발한 상품은 530여 억원에 달하고 올들어 같은 기간에 적발한 상품은 950억원에 이른다. 다섯 달만 놓고 본다면 전년 대비 80%가 증가한 셈이다. 하지만, 세관에서 적발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데에 관계자들의 이론은 없다.
관세청에서도 이를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물류 흐름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매번 모든 건에 대해 세관 검사를 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 많은 가짜 상품들은 어디서, 어떻게 유통되는 것일까.
■ 평범한 장난감 가게의 명품시계들
동대문의 한 쇼핑몰의 조그맣게 자리잡은 장난감가게. 가게 앞을 오가는 손님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불경기 탓인지 앞집을 비롯해 주변의 몇 집은 철수한 상태여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썰렁했다.
팔이 떨어져 나간 마네킹 몇 개가 그 곳이 옷 가게였음을 짐작하게 할 뿐, 흔적도 없이 정리하고 나간 가게 자리가 더러 눈에 띄었다. ‘이런 데서 장난감이 팔릴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3~4평 정도의 장난감 가게 한쪽에는 주인의 무료함을 달래주던 TV와 전화기 한 대가 빼곡히 들어찬 장난감들 사이에 자리를 틀고 있었고, 장시간의 쇼핑에 지친 손님들의 다리를 쉬게 할 의자 2개가 반대쪽으로 치워져 있었다.
동대문의 여느 상가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가게였다. 어렵사리 확보한 취재원 김 모 씨로부터 갖은 설득끝에 그곳 주인과 취재를 할 수 있었던 것. 사전에 연락을 받은 그 곳 사장은 취재진임을 밝히자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고 거듭 자신의 신변보호부터 요청하고 나섰다.
확실한 약속끝에 그는 긴장을 늦추는 듯 했다. 잠시 후 주인은 가게 구석에서 분홍색 클리어 화일 하나를 내 놓았다. “앞에 있는 물건들이 요 며칠 전에 들어온 것들이에요.” 카탈로그였다. 안에는 명품 시계 사진이 컬러 프린터로 인쇄돼 한 장 한 장 정성스럽게 정리돼 있었다.
널리 알려진 롤렉스에서부터 샤넬, 에르메스, 구찌, 까르띠에 그리고 수공으로 만들어져 수천만원을 호가한다는 프랭크뮬러, 쇼메 등의 브랜드가 눈에 띄었다. 일본에서 만들어져 온 듯, 사진 아래에 적힌 가격은 일본 엔화였다.
그래서 그 가격에 ‘0’만 하나 더 붙이면 도매가가 된다고 했다. “프랭크뮬러랑 쇼메는 요즘에도 영국 왕실에 납품됩니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 물건 하나 하나를 살피는 동안 주인이 혼잣말을 하며 카탈로그를 원래 있던 자리에 넣고 가게 주변을 한번 둘러 본 뒤 가게 한쪽에 마련된 비밀 문을 열었다.
인형들이 걸려있던 한쪽 벽을 당기자 허리와 다리를 구부려야 들어갈 수 있는 문이 하나 생겼다. 장난감 가게와 거의 비슷한 넓이의 또 다른 가게, 시계 가계였다. 일반 시계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기스탠드와, 돋보기, 드라이버 그리고 시계 배터리와 밴드 등이 작업대 위에 어지럽게 널려 있고 그 옆으로 여러 개의 서랍장들이 서 있었다.
“저는 고객들에게, 고장이 나면 언제든지 가지고 오라고 말합니다. 웬만한 건 여기서 다 고쳐 드리니까요.” 자체 AS를 위해 차린 작업대였다. 서랍 하나를 당겨 보이는 주인의 눈은 ‘이게 카탈로그에 나와 있는 물건이니 한번 보시오’하는 듯했다.
카탈로그에서 보았던 ‘명품’ 시계들이 ‘평범한’ 투명 비닐 종이에 하나씩 들어 있었고, 그것들은 다시 예닐곱 개씩 노란 고무밴드로 묶여 있었다. 그 서랍에 든 시계만도 100개는 족히 될 것 같았다. 그는 이 일을 하면서 자신도 이런 짝퉁 제품을 많이 애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가지고 다니는 루이비통 토드백을 보여주며 2만원에 샀다고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물론 이 가격은 그에게만 가능한 가격이다. 자신의 고객에게는 2만원짜리 짝퉁가방을 20~30만원선에서 판다고 했다. 정품은 80만원을 호가한다.
즉석에서 10만원 짜리 수표 너댓장이 주인한테로 건너갔고 만원짜리 몇 장이 그에게 다시 넘어왔다. 그리고는 넘겨받은 ‘명품’시계를 루이비통 토드백 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 “맘에 드는 것 있으면 고르세요, 싸게 하나 드릴테니까”
잠시 뒤 주인은 다른 서랍에서 나무로 만들어진, 고급스러움이 잔뜩 묻어나는 케이스를 내 놓았다. “요즘은 케이스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것도 귀해요.” 케이스 두 개 값만도 8만원이라고 했다.
‘비밀의 방’을 나온 우리는 가게 주인이 내온 커피까지 한 잔씩 얻어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계는 9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취재원과 발을 돌려 찾아 간 곳은 동대문의 또 다른 쇼핑센터. 명품 가방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짝퉁 명품 시계 가게가 장난감 가게로 둔갑한 것을 경험한 까닭에 이번에는 무슨 가게일까, 기대에 부풀었다. "가방 가게라고는 하지만, 여기 가면 지갑, 벨트, 신발들도 있어요. 맘에 드는 것 있으면 얘기하세요. 싸게 하나 댕겨 드릴 테니까."
■ 주변사람들 통한 판매
다른 가게를 찾아 가는 길에 구입한 짝퉁 물건들을 어느 정도의 가격에, 또 어떤 경로로 거래하는지 궁금해 그에게 물어봤다. “가격은 인터넷 명품 사이트 보다 20%정도 낮춰서 잡습니다. 인터넷 명품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물건들을 저도 구입을 해봤는데, 대부분이 짝퉁이고 제가 거래하는 곳 물건보다 짝퉁티가 더 나더라고요. 이곳에서는 구입가의 2~3배 정도 선에서 팔고 있습니다.”
판매는 큰 홍보 활동이 필요 없는 주변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이어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고 했다. 또 자신들이 거주하는 오피스텔과 아파트에 광고를 하기도 한단다. ‘명품 파격세일 80~90%’, ‘명품 중고 매매’ 등의 명함 사이즈 전단을 만들어 문틈에 끼워 놓는 방법이다.
이 일을 통해서 그들이 한 달에 챙기는 순수익은 150만~300만원 선. 운이 따라주고 열심히 움직인 달에는 600만원을 넘기는 적도 있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이미테이션 명품들을 구할 수 있어 수익이 예전 같지 않지만, 부업 치고는 꽤 짭짤합니다.”
짝퉁 장사꾼들은 주말에 백화점에 갈 일이 있으면 명품관에 들러 진짜 명품을 보는 안목을 기른다고도 했다. 그래야 물건을 떼어 올 때 ‘진품 보다 더 진품’ 같은 물건들을 가져올 수 있고, 조금 다른 부분이 있을 때에는 손님들에게 ‘이 부분만 약간 다르고 다른 데는 정말 똑같아요’라고 설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것은 그들의 신뢰로 이어질 법 했다. 한 장사꾼은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확보한 단골 고객이 10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의 한 여대생 고객은 한 달에도 2~3번씩 들러 친구들 것까지 구입해간단다. 이미테이션을 하고 다니는 것도 대학생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라는 것이다.
김 씨는 “명품 가방, 시계, 신발들 많이 쓰는데, 길가는 사람들이 하고 다니는 것들 중 태반은 짝퉁으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테이션 제품에 대한 나름대로의 예찬론을 폈다. “품질면에서는 진품과 하등 차이가 없어요. 원단은 정말 똑같고, 박음질과 금속제에서 미미한 차이가 있을 뿐, 똑같다고 보시면 되요.” 실제로 제작 공장에서는 진짜 명품을 완전분해해서 똑같이 따라서 만든다고 했다.
■ ‘특 A급, 진품보다 더 진품같은’
얼마를 지나 김 씨와 함께 도착한 곳은 평범한 가방 가게. 잡다한 가방들을 어지럽게 걸어놓고 파는 여느 가방 가게와 다를 바 전혀 없었다. 이 가게의 단골인 김 씨를 맞는 주인의 표정은 밝았다. 이 번에는 손님으로 위장해서 들어갔다.
복잡한 상가 사잇길을 따라 걷기를 5분 여. 이번에는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기를 반복하더니, 단추, 지퍼 등 의류 자재들을 파는 듯한 가게들 사이의 허름한 문 앞에 섰다. 휴대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하자, 문이 열렸다.
에어컨의 찬바람에 섞여 오는 가죽제품 특유의 냄새가 코를 엄습하면서 눈에 들어온 것은 도서관 장서실을 연상시키는 창고 내부. 5평 정도 되는 공간에 들어선 5개의 책장에는 ‘특 A급’이라고 불리는 명품들이 들어차 있었다.
특 A급은 ‘진품보다 진품 같은 짝퉁’을 의미한다. “단속이 심해서 물량이 달려. 일단 골라 보슈.” 창고를 지키고 있던, 40대 후반의 아줌마는 퉁명스러웠다. 동대문 짝퉁 시장의 대모로 불린다고 뒤에서 귀띔했다. 가방 가게 주인은 국내에서 짝퉁 제품을 만들던 많은 업체들이 단속으로 부도가 난 상태고, 중국산 수입도 까다로워져 그렇다고 했다.
비닐 봉지에 담겨 있는 물건들은 스스로 샤넬, 펜디, 불가리, 에르메스, 샤넬, 페라가모, 구찌라고 우기고 있는 것 같았다. 김 씨가 미리 주문을 해두었다는 크고 까만 비닐 백에 든 가방들을 받아 들고 가방 가게로 돌아왔다.
다시 빙빙 둘러 오는 동안 많은 얘기들을 했다. “요즘 들리는 얘기는 온통 어디 부도났다, 어디 부도났다 하는 것 밖에 없어요.”, “(루이비통의) ‘스피디(일명 일수 가방)’, ‘바빈’은 진짜랑 똑같이 나왔으니까 최소 3배는 받아요.” “나머지 가방들도 공장에서 2~3파스(출판사의 ‘쇄’에 해당하는 이 업계 속어라고 함) 정도 돌린 뒤에 나온 것들이기 때문에 거의 진품과 똑같아요.” “이 가게가 진짜로 뭐 하는 가게인지 모르고, 여기에 걸린 가방을 사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네요. 하하하. 조심해서 다루세요. 다 팔리면 300만원이 넘는 것들이니까!” 기자에게 취재원은 뭔가가 재미있었다는 표정으로 내뱉었다.
짝퉁의 범람은 단기적으로 국내 기업에 영업손실을 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이미지 추락이라는 간접 피해를 준다. 한때 우리나라도 '짝퉁 천국'이란 오명에 시달렸다. 선진국의 지적재산권 공세를 피해나가는 데 급급했을 뿐 우리의 지적재산권을 지킬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중국에 상표나 특허 출원을 해도 기업의 힘만으론 지적재산권 침해를 막아내기는 어렵다. 외교통상부와 특허청이 나서 특단의 국가적 대비책을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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