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만 베끼고 환불하는 '명품 짝퉁업자'

2008. 11. 14. 11:54지적재산권 보호활동뉴스

"무단 도용 목적으로 사간 물품에 대해서는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함을 알려드립니다."

 

요즘 백화점 여성 의류 매장에 가 보면 이런 안내문구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옷을 구입해 디자인을 베낀 다음 다시 환불해가는 일명 '짝퉁업자'들에 대한 경고성 문구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선뜻 이해하기도 힘든 이런 문구에 뜨끔해할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지난 5일 서울시내 한 백화점 여성 캐주얼 매장에는 20대 여성 고객이 양손에 쇼핑백을 가득 쥐고 돌아다녀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쇼핑백에 담아온 코트, 패딩점퍼, 치마, 바지 같은 겨울 신상품을 모조리 환불한 뒤 빈손으로 백화점을 떠났습니다. '짝퉁업자'인 것이죠.

시슬리, 96NY, 시스템, 올리브데올리브 등 백화점에서 잘나가는 영캐주얼 브랜드에서 10년 넘게 일해온 판매사원들은 "요즘은 짝퉁업자로 의심되는 고객들이 일주일에 한 팀 이상 꼭 찾아온다"며 "한 달에 한두 건이었던 IMF때보다 심하다"고 했습니다. 짝퉁업자들의 증가는 불경기로 소비자들이 비싼 브랜드 옷보다, '유명 브랜드 스타일'이라고 이름 붙여진 값싼 짝퉁 의류를 사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덩달아 '짝퉁업자'들이 활개치는 것이지요.

짝퉁업자로 의심되는 징후는 옷을 입어보지도 않고 4~5벌씩 바로 사거나 스무 살 남짓한 어린 여성고객이 비싼 투피스 정장을 입어보지도 않고 사는 경우 등입니다. 판매사원들은 의심이 돼도, 해당 고객에게 판매거부나 환불거부를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고객이 왕'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면 이길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현대백화점 정용운 캐주얼 담당은 "신상품 베끼기는 정상적인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주기 때문에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판매사원들도 "처음에는 '짝퉁녀가 자주 오는걸 보고 우리 브랜드가 인기가 있구나'라고 웃어넘겼는데 요즘은 너무 얄밉다"고 했습니다.

 [조선일보 2008-11-11]